갈맷길 1-1
일시: 2024.08.17(토)
야심차게 갈맷길 걷기 도전에 나섰다. 오전에, 더워지기 전에 빨리 다녀올 계획이었다. 평지 걷기 속도 6km/h, 갈맷길 1-1코스 거리 11.5km. 2시간에서 2시간 반 정도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 문제는 기착기까지 이동이다. 아니 이동이 문제가 아니라,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차가 문제였다. 코스 시작점까지 차를 가지고 가서 주차를 한 다음 걷기를 마치고 나서 차를 회수하러 올 것인지 그 반대인지를 고민했다. 그래서 일단 시작 및 종점 근처에서 주차장을 검색했다. 다 유료다. 딱 한군데 빼고. 그 한 곳은 기장 군청 주차장이다. 군청 주차장은 민원 때문에 원래는 무료였으나, 차량이 워낙 많고, 민원 이외의 목적으로 장기 주차를 하는 차량들로 인해 민원인의 주차가 어렵다는 민원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래서 요즘은 거의 다 유료로 바뀌었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동네 도서관도 유료로 바뀌었다. 다행히 기장군청 주차장은 토요일과 일요일은 무료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래서 차를 기장군청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서 기장역(대략 1km)으로 가서 동해남부선 전철을 타고 월내역까지 이동, 거기서 걸어서 갈맷길 1-1 코스 시작점까지 걸어서 이동(대략 2km)하는 걸로 계획을 세웠다. 총 걷는 거리는 14.5km, 연속해서 걷는 거리는 13.5km. 시속 6km/h의 속도로 걸으면 2시간 15분, 5km/h의 속도로 걸으면 2시간 40분, 4km/h 속도면 3시간 반이다. 무리하지 말고 3시간 반을 목표로 정한다.
기장군청은 갈맷길코스 3개가 만나는 곳이다. 1-1코스 그리고 당연히 1-2코스, 그리고 9-2코스가 만난다. 기장역을 찾아 걸어갈 때 1코스만 생각하며 걸었는데, 기장역으로 가는 길에 갈맷길 알림 표식이 있어 좀 헷갈렸던 까닭이다. 기장역에서 플랫폼으로 내려가려니 개찰구가 보이지 않아 당황했다. 그렇다고 표를 판매하는 곳도 표를 판매하는 기계도 보이지 않았다. 보통은 개찰구가 대합실에 해당하는 곳에 있어 교통카드를 대고 들어가는데, 여기는 대합실에서 플랫폼으로 가는 길에 이런저런 제어장치가 없어 한참을 당황하다 직원을 불러 물어 보았다.
“저, 제가 여기 처음이라서 그러는데요, 표를 어떻게 구해요? 보통의 지하철역과 다른 거 같아서요.”
“교통카드 가지고 계세요?”
“네, 가지고 있어요.”
“그러면, 내려가시면 보통의 지하철 역에서 볼 수 있는 개찰 통로가 있어요 거기에 카드를 대고 가시면 되어요.”
“아! 그게 아래에 있어요? 감사합니다.”
계단을 내려가니 플랫폼에 개창 통로가 있다. 교통카드를 대고 다른 지하철 통로를 이용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들어서니 이미 기차가 와 있다. 얼른 올라탄다.
기차 안에는 몇 개의 빈자리가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고, 한 쪽 끝에는 자전거와 함께한 노인 부 분이 보인다. 참 보기 좋다. 나이가 들어도 부지런히 움직인다는 건 축복이다. 나도 그러기 위해, 오랫동안 움직이기 위해 지금도 움직이고 있으니까.
월내역에 내려 채비를 하고 밖으로 나가니 아침인데도 벌써 햇볕이 뜨겁다. 왼쪽으로 멀리 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보이고, 낮은 가옥과 방파제 너머로 짙푸른 바다가 수평선까지 펼쳐져 있고, 수평선 위로는 흰 뭉게구름이 포슬포슬하게 피어있다.
함참을 걸어 도착한 임랑해수욕장에는 사람들이 붐빈다. 익숙한 거리표정에 생각해보니 지난 봄에 가족들과 함께 기장에 팬션을 빌려 놀러 왔다가 드라이브 했던 해변이다. 드문 드문 해수욕도 하고, 서핑도 하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서 그런지 휴가철답게 붐비는 정도가 아니라 차라리 한산한 느낌이다. 해수욕장 끄트머리에 도달하니 1-1코스 시작점 인증대가 있다. 인증수첩을 꺼내 도장을 찍으려는데, 뭔가 이상하다. 사이즈가 맞지 않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나의 수첩은 너무나 오래되었고, 그 사이에 인증대를 비롯한 인증방식이 조금 바뀐듯하다. 갈맷길 인증 첫 단추부터 애로가 생겼다. 뭐, 인증받지 못하면 어떠하랴, 그냥 저냥 이동을 한다.
원내역에서부터 작동을 시도한 해파랑길 앱은 따라가기 기능이 여전히 불통이다. 나중에 보니 해파랑길은 갈맷길과 많은 부분이 겹치지만, 둘러가는 등 약간의 차이가 있다. 결정적으로 인증대 위치가 다르다. 인증대에서 QR코드로 인증을 해야 하는데, 며칠이 지나서 알게 되었다.
임랑을 지나 한참을 가면 칠암이다. 지난번에 가족과 함께 왔던 곳이 칠암이다. 여기서 아니고 회를 먹었다. 한낮이라 그늘이 없어서 쉽게 지친다. 등산화가 벌써 불편하다. 고작 1시간 남짓 걸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왜 이 뙤약볕을 걸을까? 걷는 것 자체가 도전이라 생각하는 걸까?
온정마을을 지나니 걷는 길은 아스팔트 옆으로 나무데크로 되어 있고, 키큰 소나무들이 우거져 제법 그늘이 좋다. 방풍림 아래로는 좁은 해변이 있고, 사람들은 군데군데 텐트를 마련하여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일광해수욕장에 두 번째 인증대를 겨우 찾아 의미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도장을 찍고 해변에서 벗어나 대로를 따라 걷는다. 대로는 가로수가 있어 가끔 시원한 그늘을 지나기도 한다. 핸드폰으로 라디오를 계속 듣고 있었는데, 라디오가 없었다면 쉽게 지쳤으리라. 그래도 아스팔트 대로를 가장 뜨겁게 느껴진다. 기장경찰서와 체육관을 지나 군청 앞에 도착한다. 신호등 앞에서 한참을 두리번거린 후 인증대와 안내판을 찾아낸다. 맞지 않는 도장을 찍고, 따라 걷기 종료 버튼을 누르는데, 뭔가 잘 안 된다. 종료가 안 된다. 내 기준에는 시스템이 조금 복잡하게 되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다음화면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대기 화면만 계속 뜬다.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왜, 뱅글뱅글 돌기만하는 아이콘. 그것만 계속 돌고 있다. 그늘을 찾아서 자세히 보니, 뭔가를 클릭해야 한다. (1주일이 지난 지금은 그게 무엇인지 잊었다) 처음이라 쉽지 않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경우가 점점 더 늘어난다. 좀 더 차분하게 살펴봐야 하는데, 쉽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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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거리: 13.4km (갈맷길 11.5km)
총 시간: 3:16 (시작 : 24/8/17 10:09 ~ 13:25)
평속 : 4.3km, 누적고도 121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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