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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지리산

2006.12.3(일) 지리산 노고단

by seetop 2006. 12. 4.

2006.12.3(일) 지리산 노고단

 

화엄사 리조트 호텔의 아침은 이른 식사 치고는 걸죽하고 맛이 좋다. 원래 아침을 자주 거르기 때문에 입맛이 없을 줄 알았지만 공기가 좋은 탓인지 상쾌하고 입맛이 당긴다.

 

아침을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공기는 제법 차고, 멀리 보이는 노고단에는 흰 눈이 하얗게 내려 앉아 있다. 화엄사 입구를 지나 서 있는 이정표에는 노고단까지 거리가 7km라고 되어 있다. 평소의 걸음으로 두시간 정도면 노고단 정상에 도착 할 것 같다.

땀이 약간 나기 시작하면서 움직이기 적당한 체온이 된다. 몇일 전 쇼핑몰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귀마개가 오늘 제 몫을 톡톡히 한다. 귀마개가 없다면 재킷에 달려있는 모자로 귀를 보호해야 할 것이고, 그건 여간 불편하지 않다. 모자와 귀가 스치는 소리가 워낙 시끄러워 다른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나무 숲을 지나니 낙엽들 사이로 눈 가루가 섞여 있다. 바위들 사이로 눈의 양이 점점 더 많아진다. 중재 근처에 오니 길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눈이 하얗게 쌓여 있어 좌우의 산죽이 아니라면 길인지 아닌지 헷갈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중재에 올랐다. 임도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이 펼쳐져 있다. 우무도 밟지 않은 눈은 뽀드득뽀드득 발자국 마다 소리를 내며 뒤를 따른다.

 

다시 짧은 숲길을 헤치고 올라서니 노고단 대피소가 보인다. 그 너머로 노고단을 비롯한 좌우의 봉우리들은 눈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아마도 이런 경치를 보는 맛에 동호인들은 겨울 산행을 쳐주는 것 같다.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은 공사중으로 통제되어 있어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오늘 눈이 제법 왔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노고단을 찾는다. 저마다 대피소 앞에서, 노고단과 여러 봉우리들의 설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고 야단이다. 다음부터는 카메라를 가지고 다녀야겠다.

 

대피소에서 천원을 주고 원두커피 한잔을 마신다. 현재 기온은 영하 11.5도. 다뜻한 커피는 피로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일까? 기분이 좋아진다.

 

다시 추워진다. 땀이 식은 것 같다. 더 추워지기 전에 서둘러 내려간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지나온 산길은 바위위로 제법 미끄러워 조심해서 내려가야 한다. 자동차의 ABS 작동원리처럼 잔걸음으로 미끄러움을 억제 하며 내려온다.

한 절반정도 내려오니 눈은 벌써 녹아서 눈이 왔는지 어떤지 알 수가 없다. 이제 막 올라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가야 하느냐고 묻길래 대략 한 시간정도 가야 한다고 하니 너무 힌들다고 엄살들이다. 올라가기만 하면 힘든 걸 다 잊어버릴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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