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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지리산

성삼재  천왕봉  중산리 (2007.05.26)

by seetop 2007. 5. 30.

 

성삼재(04:04) → 화개재(06:30, 8.8km) → 연하천(07:50, 13.0km) → 벽소령(09:10, 16.6km) → 세석(11:29, 22.9km) → 장터목(12:50, 26.3km) → 천왕봉(13:50, 28.0km) → 중산리(16:30, 33.4km, 12시간 26)

 

01:30 창원

회원중 1명이 연락도 없이 불참했다. 총무가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이유를 찾는다고 난리지만, 그에게 연락하는데 쉽지 않다. 핸드폰을 꺼둔 모양이다. 몇 번의 통화시도 후 그냥 출발하기로 한다.

오늘 산행참가인원은 대략 200, 안전요원 및 진행인원을 제외하면 180여명 정도 될 것이다. 거리의 가로등 불빛이 창문의 커튼 사이로 간간이 비친다. 깜박 졸다가 눈을 뜨니 버스는 마산 인터체인지를 벗어나고 있다.

 

잠에서 깨어 창 밖을 내다보니 사방은 암흑천지다. 잠시 후 버스가 정차한다. 드디어 성삼재에 도착했나 보다. 누군가가 김밥을 나누어 준다. 잠에서 덜 깬 탓인지 김밥이 모래를 씹는 듯하다. 대여섯조각을 입어 넣다 말고 나머지는 배낭에 쑤셔 넣는다. 산행을 하다가 출출해지면 그 때 먹으리라.

 

04:04 성삼재

신발끈을 동여매고 버스에서 내리니 우리가 타고 온 버스 말고도 여러 대의 버스가 정차해 있다. 그 버스에 타고 온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가는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매표소 근처에서 동료들을 챙기고 준비운동 하느라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노고단 대피소까지는 차량이 올라갈 수 있도록 포장이 되어 있다. 일부는 돌로, 일부는 콘크리이트로 포장되어 있다. 적게는 삼삼오오, 많게는 예닐곱씩 무리를 지어 지리산으로 향한다. 멀리 노고단 대피소 근처에 있는 철탑의 빨간불이 나뭇가지 사이로 점멸한다.

 

04:34 노고단 대피소

노고단 대피소의 취사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이 시간 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종주를 생각하고 있으리라. 잠시 화장실을 다녀오는 사이에 나와 함께 보폭을 맞추던 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몇 번을 여명 속에서 두리번거리다 먼저 올라갔으리라 생각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04:44 노고단

옛날 마고할머니를 모시던 제단이 있었다고 해서 노고단이라 불렀다고 한다. 노고단에는 바람을 피해 돌탑 뒤에서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멀리 보인다. 바람이 몹시 분다. 일출직전에는 항상 바람이 많이 부는 것 같다.

 

일행은 쉬지도 않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발걸음을 재촉한다. 일부는 체력이 충분할 때 한걸음이라고 멀리 가야 한다며 더욱더 빨리 걷는다. 물론 일부는 벌써부터 뛰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 중에는 오늘의 산행코스를 무려 6시간 만에 마친 사람도 있다고 나중에 들었다. 그건 산행일까 아닐까?

 

06:10 삼도봉 100m 10분 휴식

대략 30분 걷다가 1분 정도 숨 고르기 하기를 몇 차례 반복하며 걷고 있는데, 결국은 허기가 느껴진다. 임걸령을 지났기 때문에 삼도봉에서 잠시 쉬기로 작정을 하고 부지런히 가는데, 더 이상 허기를 참다가는 고생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침 넓은 바위자락에 여러 사람들이 앉아서 군것질을 하고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내게 쉬었다 가라고 손짓한다.

 

아까 먹다 남긴 김밥을 몇 조각 입에 털어 넣고 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고 몇 걸음 옮기니 더 넓은 바위자락이 나온다. 여기가 삼도봉이다. 삼도봉의 바위는 넓은데도 불구하고 바람이 적어서 많은 사람들이 쉬었다 가기도 한다. 여기서 성삼재에서부터 함께 하기로 한 일행을 만나 다시 같이 걷는다.     

 

06:30 화개재

삼도봉에서 화개재로 가는 길은 나무 계단이 몇 백 미터 이어진다. 사람들의 발자국으로 인해 흙이 패인 곳에 비가오면 토사가 쓸려내려가며 삼림이 손상된다. 그래서 그런 취약한 부분에는 나무계단을 설치하여 더 이상 등산로가 손상되지 않도록 해두었다. 여기도 그런 구간이다. 그런데, 계단이 너무 길어서 걷기에 많이 힘들다. 결국 아래로 향한 계단에서 일행을 다시 놓치고 만다. 내리막에는 왜이리 서툴고 약할까?

 

07:50 연하천 대피소  10분 휴식

화개재부터 바람과 싸우며 도착한 연하천에는 일행이 바글바글 하다. 우리 일행도 있고, 다른 팀도 있고……. 인원 확인을 마치고 나서 자리를 잡고 짐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꺼내 먹는다.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4시간이 되었다. 배가 고플 만 하다. 연하천의 샘물은 맛이 끝내준다. 이보다 더 맛있는 물이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배낭안의 간식을 꺼내서 바지주머니로 옮긴다. 걷다가 출출해질 때 배낭을 벗어야 한다면 귀찮아서 간식 취하는 것을 미루게 되고, 결국 허기로 연결되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대략 두 세 시간 동안 필요한 간식은 바지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간식은 주로 사탕과 연양갱, 초코과자 등이다. 그렇게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낯선 이가 내게 말을 건다.

저기요, 뭐 좀 물어봅시다.”

?”

그 가방안에 뭐 들었습니까? 떡 넣어가 다닙니까?”

여기요? 밥이요. 밥이 들었죠. 도시락하고, 떡하고, 과자, 과일…”

먹을 것만 넣어가 다닙니까?”

하산해서 샤워하고 갈아입을 옷도 한번 넣었습니다.”

그 사내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자기가 보기에 내가 가진 배낭이 무척 작아보였나 보다.

잠시 후 다시 말을 건다.

어데까지 갑니까?”

중산리요

우리는 중산리에서 출발해서 1박하고 지금 여기까지 왔는데, 1박 할껍니까?”

옆에 있던 그의 동료가 오늘 중에 내려갈 것 같다고 말을 거든다.

오후 4시경 중산리 도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어데서 왔습니까?”

성삼재서 출발했습니다.”

언제 출발했습니까?”

“4시경 출발했지요…….”

그들에게는 별로 들어갈 것 같지 않은 작은 배낭을 메고 가는 내 모습이 그들의 큼지막한 배낭과 비교하여 신기하게 보였나보다.

화장실을 들렀다가 벽소령으로 출발한다.

 

08:50  5분휴식

지난번에 벽소령까지 대략 1시간 만에 온 것 같아서 시계를 자꾸 보게 되는데, 벽소령은 아직 한참 남았다고 이정표가 알려주고 있다. 결국 1시간 산행 후 앉아서 5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출발 한다.

 

09:10 벽소령 대피소

15분 후 벽소령 대피소를 지난다.

 

이제는 일행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다. 그저 앞만 보며 걷고 있을 뿐이다. 때로는 일행이 없는 것이 오히려 홀가분하다. 마음대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가금씩은 주변산천을 둘러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행과 같이 가면 소위 앞에 가는 사람 발 뒤꿈치에 그려진 등산화 메이커만 보게 된다. 일행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낙오되지 않으려 무리하다 보면 페이스를 잃고 쉽게 지치게 될 가능성이 많다.

 

10:40 칠선봉

 

11:29 세석 대피소 10분 휴식

벽소령을 지나고 나서부터 쉬지 않고 (아주 잠깐씩은 선채로 쉬기는 했지만) 부지런히 걸었다. 세석에 오니 일행이 나무그늘에서 쉬고 있다. 나도 그들 곁에 앉아 10분만 쉬고 가기로 한다. 햇살이 무척 뜨겁다. 새벽녘의 그 많던 바람은 다 어디로 갔는지……. 간식을 먹는동안 그들은 먼저 출발한다. 그늘에 앉아서 과자를 먹고, 아까 연하천에서 했듯이 간식을 배낭에서 꺼내 바지 주머니로 옮겨 넣고 으랏차차 하며 일어나 세석평전으로 걸음을 옮긴다. 세석평전은 하늘이 보이지 않는 삼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벌목꾼들이 자기들의 벌목사실을 숨기려 불을 질러서 그늘 하나 없는 삭막한 대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나무 시체 사이로 어린 나무들이 군데군데 자라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는 경이로움을 느낀다.

 

12:50 장터목 대피소 10분 휴식

장터목에서 고민을 한다. 바로 중산리로 빠질 것인가? 아니면 천왕봉으로 갈 것인가? 지난번에는 너무 지친탓에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바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 길도 만만찮은 거리와 시간이었다. 계획한 시간보다 이미 1시간이 지체되었다. 각각의 포스트마다 5분에서 10분 정도 목표보다 지체되었으니 1시간이 지체된 건 당연한 결과였다. 10분 정도 쉬면서 고민을 한다. 중산리 버스출발시간과 내가 도착 가능한 시간 등을 계산해본다. 천왕봉을 들러 가더라도 오후 4면 중산리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천왕봉까지 1시간, 천왕봉에서 중산리까지 2시간, 그러면 4시경 중산리 도착. 밥을 먹고, 버스에 타면 ok!

 

촛대봉을 넘어 천왕봉 가는 길도 녹녹치 않다. 오늘따라 천왕봉가는 길이 무척이나 새롭게 느껴진다. 마치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 같다. 아가 장터목에서 떠온 물은 맛이 별로다. 다시 한번 연하천의 물맛이 좋다고 생각하게 한다.

 

13:50 천왕봉 5분 휴식

수도 없이 설치된 철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드디어 천왕봉에 도착했다. 상석 근처에서 사방을 한번 둘러보고는 바람을 피해 자리르 구한다. 그런데, 바람을 피하니 햇볕을 피할 도리가 없다. 가지고 있던 물을 옆 사람 물병에 부어주고 그냥 내려온다.

 

잠시 코재보다 더 가파를 것 같은 하신길을 조금 내려가니 바위틈사이로 샘물이 있다. 물맛이 좋다. 끝내준다.

 

15:04 법계사 입구(로터리 대피소) 5분 휴식

하산길은 등산길보다 시간이 많아 걸린다. 그래서 내려갈 때는 신중하게내려가라고 했을까?

 

법계사 입구에 있는 로터리 대피소에 도착하니 일행이 먼저 와서 쉬고 있다. 대략 5분 정도 앉아 쉬고 난 다음에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몇 걸음 가지 않아서 나는 또 처지고 만다.

 

16:30 중산리 천왕봉 식당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산길이 드디어 끝나고 콘크리이트 길이 나타났다. 화장실도 나타나고, 취사장도 나타나고……. 여기가 틀림없는 중산리였다. 작은 다리도 건너고 좀더 가니 식당이 나타난다.

나보다 늦는 사람이 있느냐고 진행요원에게 물으니 대략 20여명 정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꼴찌는 아니다. 산야를 어느 정도 즐기면서 내려온 시간이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그런데, 제일먼저 내려온 사람은 6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산에 훈련하러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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