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_14 1205, 길바닥 여행/ 박수 저, 류정아 그림 / 푸르름 / 2017년 06월 16일 / 2017.06.05
저자의 이력이 조금 특이하다. 명문대 과학도 였다가, 기타를 배운다고 히피가 되었다가, 알바를 해서 왠만한 월급장이 보다 많은 돈을 벌다가, 사기를 당해 알거지가 되어 찌라시를 돌리는 알바도 해보고.... 이것 저것 해보다가 문득 "이렇게 사는 게 제대로 사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하긴 나도 저 나이때는 그랬으니까. 그와 나의 차이는, 그는 일단 실천을 해 보았고, 나는 고민만 하다가 이나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문득 제대로 사는 것이라는 게 어떤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 생겨서 해외여행을 준비한다. 혹시 여행 중에 부족할 지도 모를 경비를 벌충하기 위하여 인물화를 배우고, 맛사지를 배우고, 요리를 배우고, 스페인어도 배우고.... 그렇게 몇 년의 준비를 하고.... 그렇게 배운 것이 꼭 여행을 위한 준비라고 할 수 만은 없지만, 그렇게 경비를 마련하고, 혹시라도 필요할지도 모를 기술(?)들을 배웠다. 그리고 훌쩍 떠났다. 국내에서도 여행이란 걸 한번도 해보지 않았을텐데.....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여행을 하면서 느낀 수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보통의 여행서는 어느 지역에서의 경험, 음식, 풍광 등을 소개하면서 느낀점과 독자들을 위한 나름의 가이드를 내세우는데, 이 책은 그런 종류가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그런 종류의 여행 서적은 참다운 여행을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한다. 마치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하게 되면 국토종주 인증 스템프 찍는 것을 목표로 하듯이, 여행 안내서의 경험들은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목표(인증 스템프)가 되어버리고, 여행 그 자체에서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은 아닌지를 우려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여행의 경험은 작은 사진으로만 표현하고, 여행에서 알게된 자기만의 세계에 집중하려 노력한 듯 보였다. 가끔은 개똥철학도 내비쳐 보이면서, 저자는 그렇게 자기를 찾아가고 있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또다른 세계여행 3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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