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_15 나를 찾는 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 김광수 저 / 처음북스 / 2017년 04월 03일 / 2017.06.10
아메리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은 와일드(Wild)라는 책을 통해서 제일 먼저 알게 되었다. 그 책이 소설인지, 여행기인지 애매한 느낌이었지만, 나중에 동명의 영화에 대한 원작인 줄을 알게되었다. 저자 또한 나처럼 영화 와일드를 통해서 알게되었는지, 책 안에서 와일드를 가끔씩 언급한다. 멕시코 국경에서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이어지는 약 4,300km에 이르는 걷는 길이 PCT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제주 올레가 있고, 지리산 둘레길이 있고, 동해안 해파랑길(770km)이 있다. 그리고 백두대간에서부터 낙동정맥 등 정맥길을 따라가는 산길들도 있다. 아직 정식으로 도전해보지는 않았지만,,,, 도전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길들이다. 스페인에는 산티에고 가는 길이 있고, 스웨덴에는 쿵스레덴이라는 길이 있다고 한다. 어떤 곳은 성지순례 코스가 되고, 어떤길은 대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길이되고, 어떤길은 그저 스템프를 찍기 위한 도전의 길이 되기도 한다.
이번을 기회로 인터넷 서점을 찾아보니, PCT를 다녀온 많은 분들이 책을 냈다.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걷고나서, 정보를 주기 위하여 또는 자기만족을 위하여 책을 쓴다. 많은 사람들이 백두대간을 다녀와서 책을 쓰고, 산티에고를 다녀와서 책을 내고, PCT를 다녀와서 책을 쓴다. 그들은 그러고나서 그들이 말하는 바와 같이 "자기"를 찾았을까? 갑자기 "전등록"이 생각난다. 옛날의 선인(仙人)들은 스스로 도를 닦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을 때라야 비로소 도를 닦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혼자 길을 걸으면 이런 저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무념무상의 상태에 접어들기도 하고, 또다른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둘이 걸으면 상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하여 노력하거나 보조를 따르지 못하는 상대방에 대하여 은근히 짜증을 내기도 한다. 세명 이상이 함께 걷게되면 기다리는 사람과 쫓아가는 사람이 구분이 되게 된다. 그래서 걷는 건 또 다른 수행인지도 모른다.
책은 제목에서처럼 "나를 찾는" 일보다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길위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위주로 서술하고 있다. 그런 일들이 나를 찾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스스로 일정부분 "나"를 찾았다고 말한다. 진정한 나는 어디에 있을까? 굳이 도시의 쳇바퀴처럼 쉴틈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야만 자기자신을 찾을 수 있을까? 뭐 이런 반항 아닌 반항도 해본다. 그렇다. 나는 이 책의 저자를 부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 많은 시간을 여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러운 것이다. 무언가를 손에 쥐고 있으면 다른 무언가를 잡을 수 없다.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의 나를 내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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