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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이/삐딱이의 시선(회사)

1. 배경

by seetop 2020. 3. 14.

  지금 다니는 직장으로 옮긴지 1년 반이 지났다. 직장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조직이 그렇겠지만 스트레스가 없는 곳이 없다. 그래서 많은 조직원들은 뒷담화(뒷談話)를 한다. 대개는 상사의 흉을 본다. 속어로 "뒷따마"라고 하기도 한다. 따마는 다마의 된 소리이고, 다마는 たま , 玉의 일본식 발음이다. 그리고 그 뜻은 구슬, 공, 둥근 것 그런 뜻이 있고, 내가 살던 곳에서는 "머리"의 뜻으로 어렸을 때 많이 사용했다. 어원이야 어쨌든, 나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뒷따마로 알고 있었고, 그 뜻은 (그 사람의) 머리 뒤에서 흉을 본다는 의미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뒷따마 깐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대부분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는 회식할 때 상사를 흉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러한 행위를 통해서 하급 직원들은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그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해 들은 상사는 시나브로 언행을 조심하고 후배사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나는 어느새 후배들의 요깃거리가 되는 부서의 최고 책임자가 되어있었다.

   그 회사에서는 매년 소리없는 구조조정을 했고,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1년 짜리 계약직인 임시직원(임원)은 1년 더 봉급을 받기 위해서 부하직원들을 매년 솎아 내고 있었다. 한두 번 내가 맡은 부서원들을 보호하려고 반기를 들었다가 칼날이 내게 왔고, 이미 잘려나간 후배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버틸 수 없어서 그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지금 다니는 회사에 어렵게 취직을 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전에 다녔던 곳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전에 다녔던 곳은 나름 대기업이어서 체계가 확실했고, 직원은 수 만명이었으며, 부서별 업무 분장이 분명했고, 상하의 위계질서도 틀림이 없었다. 조직이 일을 했기에 책임은 조직이 부담했고, 개인은 조직원이었으며, 소위 말하는 꼰대의 경험도 거의 없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창업자가 아직 회장의 자리에 있고, 사세를 확장할 때마다 영입한 인재들은 어느듯 노인이 되어 있으며, 새로 입사한 젊은 직원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위직 임원들은 그들이 젊었을 때 경험한 경영기법을 요구만 하고 있고, 구체적인 지시가 없다. 젊은 친구들은 그러한 기법들을 들어는 봤겠지만 본적이 없으므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젊은 친구들의 눈에는 임원들의 행동들이 그저 "존재감을 드러내는" 헐리우드식 액션으로만 보인다고 한다. 경영층은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 또는 애착을 보여주기를 바라지만, 젊은 직원들은 비전이 모호한 조직에 대해서 미래를 걸 수 없는지 연봉을 조금 더 주는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서 눈치만 본다고 한다. 임원들은 실력을 키워야 이직을 하더라도 도움이 된다고 말하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실력을 키우는지 가르쳐주지 않는다. 많은 경력직은 그저 회사에서 떠나라고 할 때까지 회사에 논총을 받지 말자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의 스탠스(stance)를 유지하고 있다. 왜냐하면 경영층의 으사에 반(反)하는 의견을 제시하면 "대기업 흉내내기"라고 지탄을 받고, 가만히 있으면 "대기업에서 온 사람들이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듣는다.

  사실 나도 이 회사에 애착은 없다. 대기업을 수 십 년을 다녔는데, 입사이후에 단 한 번도 "이런 경우에 그 회사는 어떻게 일을 처리했느냐"고 물어 온적이 없다. 경력사원을 뽑는 이유는 "즉시" 일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경력을 통해서 배울 건 배우고자 하는 목적도 있을 텐데, 회의를 해도 발언 할 기회를 주지 않거나 오히려 발언 기회를 막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아직은 이 회사에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은 사람이 없는 관계로 시원하게 속 마음을 털어 놓은 상대가 없어서 입이 근질근질한 상태다. 

   그러다 보니 어딘가에 수다를 털어놓고 싶은 데 고민을 하다가 이곳을 이용하기로 해본다. 그렇다고 회사 사람들의 인신을 공격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그저 "내가 회사를 운영한다면 이렇게 저렇게 해 볼텐데" 또는 "내가 그 위치에 있다면 어떻게 말했을까"하는 생각을 풀어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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