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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풍선의 이야기

채근담 필사

by seetop 2022. 4. 16.

  몇 년 전에 직장을 옮겼다. 전에 다니던 회사와 많은 것들이 비교 된다. 매출을 비롯한 외형에서부터 조직, 사람에 이르기까지 여러 것들이 나름 스트레스로 돌아왔다. 업무 프로스세스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속 된 말로 "나이가 많으면 장땡"이라는 게 이 회사에 어울리는 것 같다. 아이들 말로 "고인물"이라는 게 있다. 한 분야에 오래 머물러(물이 고여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있으면 어떤 부분은 썩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은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소위 달인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쓰는 말 "고인물"은 달인을 뜻한다. 이 회사의 나이 많은 사람들이 최근 경영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자꾸 옛날식으로 일을 처리 하려 한다. 직급이 높으면 무언가를 결정해야 하고, 그 결정을 아랫사람들이 따르지 않으면 일단은 꾸짖고 본다. 전에 있던 회사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다. 결정은 아랫 사람이 하고, 윗사람은 그 결정을 존중하여 추인 하거나 기각하거나 한다. 그리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아랫사람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 여기는 윗 사람들이 결정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행동한다. 어떤 경우에는 그 결정은 곧 방침이 되는데, 그게 조변석개朝變夕改 하는 경우도 있다. 내가 볼 때는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그리고 아랫사람의 의견을 그리 존중하지 않는다. 의견을 물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혼자 생각하고 결정하고 끝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나로서는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많이 생겼다. 그래서 시작한 게 필사 였다.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시간이 될 때마다, 퇴근 하기 전에 한 두 쪽씩 써내려갔다. 책을 보고 옮겨 적은 건 아니고, 인터넷의 해당 페이지를 저장해두었다가 적고 싶을 때 열어서 필사 했다. 덕분에 한자도 좀 는 것 같고, 한 편을 다 했다는 뿌듯함도 느꼈다. 

채근담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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