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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낙동정맥

낙동정맥 제 3차구간 2번째 (석개재→삿갓재→임도삼거리→한나무재)

by seetop 2007. 8. 3.

낙동정맥 제 3차구간 (석개재→묘봉→삿갓재→임도삼거리→1136.8→한나무재)

 

산행일자 : 2007.07.29

    : 흐리고 소나기

산행거리 : 18.9km(정맥구간 : 18.9km)

산행시간 : 13시간10(정맥구간 순보행 시간 : 10시간54)

산 행 자 : 조용기(기록)

구간별 거리 및 소요시간

석개재(00:15) → 묘봉 북동봉(01:48. 2.7km) → 용인등봉(02:37, 한시간 헤메고 원위치, 03:57) → 삿갓재(05:38, 7km) → 임도삼거리(06:25, 9.5km) → 한나무재 (11:09, 18.9km)

 

2007.07.28()

밖에 나가서 직원들과 함께 밀면을 한 그릇씩 비우고 사무실에 돌아오니 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다 휴가를 떠났다. 나도 사무실에 좀더 앉아 있다가 14 되기만을 기다린다.  오늘은 2004년 이후에 정체되었던 낙동정맥을 이어서 가려고 했던 날이다. 작년에도 시도하였으나, 가족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오늘 이어서 갈 구간은 석개재부터 답운치까지다. 거리는 24km. 지리산 종주를 기준으로 하면 시간당 3km, 8시간 내외면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왜 이때까지 미루었을까? 막연히 멀어서? 아니다 지난 1,2차 때 산행기록을 보면 시간당 1.5km를 넘지 못하고, 도상표시된 시간의 합계는 18시간이다. 식사시간을 고려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하루만에 완주하기에는 무리인 듯했다. 그런데, 지리산을 몇 차례 종주한 경험으로 계산을 할 때는 평균적으로 시간당 3km가 가능할 것 같고, 좀더 여유를 두어서 초보산행 기준시간인 시간당 2km로 계산하더라도 12시간이면 되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래서 불과 1개월 전에 부랴부랴 다시 지도를 검토하고, 계획을 조정했다.

 

토요일 부지런히 차를 몰고 올라가면 현동까지 4시간, 잠깐 눈 붙이고 12 산행을 시작하면 8시경에 하산. 날씨가 무더울 것으로 예상되므로 가급적이면 10 이전에 산행을 마쳐야 한다. 식사는 바게트 빵으로 대신하고, 밥해먹는 시간을 최대한 줄인다. 하신 후 다시 현동에 와서 잠깐 눈 붙이고, 오후 2시경 출발하면 장유에는 저녁 6 도착, 가족과 저녁을 함께 한다.

 

계획의 요지는 그랬다. 그런데, 어디 세상 모든 일들이 뜻대로 다 된다느냐고 비웃기라도 하듯 실행 결과는 계획과 엄청나게 차이 났다.

 

14:00

모두 휴가를 떠나 텅 빈 사무실을 마지막으로 문단속을 하고 나선다. 햇살은 더없이 뜨거워 휴가 시즌임을 묵시적으로 말해준다.

 

14:30

동료직원에게서 GPS를 빌린 후에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고, 마지막으로 짐을 한번 더 정리한다. 밥을 해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 결정에 따라서 짐의 무게가 크게 달라진다.

 

15:41

마지막으로 은행에 들러 비상금을 인출한 후에 본격적인 드라이브에 나선다. 1,663km. 출발할 때 계기판 숫자다. 이 차를 출고한 후에 가장 멀리 운행 하는 것이리라.

 

15:56

동김해에서 북부산가지 정체라고 고속도로 알림판에 적혀있다. 항상 서김해에서 북부산, 그리고 대저분기점에서 대동톨게이트까지는 상습적으로 막히는 구간이니까…. (장유->북부산 고속도로 통행료 1,400)

 

16:53

그래도 생각보다는 정체가 덜 심해서 청도휴게소까지 1시간 남짓 걸려 왔다. GPS가 고정이 되어있지 않아서 고정하기 위한 것을 찾다가, 애들용 젤스티커를 1장 구입한다. GPS 단말기 밑에 젤스티커를 깔아 놓으니 십상이다. 졸음방지용 고구마스틱과 아이스홍차를 사서 출발한다. 운전중에 졸음을 �는 것으로는 오징어보다는 고구마스틱과 아이스홍차가 내게는 딱 맞다.

대동->동대구 구간은 신대구-부산 고속도로라고 해서, 민자구간이란다. 그래서 거리당 통행료 요금이 거의 2배 정도 된다(9,700). 그래도 구마고속도로로 가기 위해서 동창원에서 칠원분기점까지 막히는 것과, 옛 경부고속도로의 거리 등을 감안하면 그다지 비싸지 않다. 계산상으로 기름값이 충분히 빠지고, 시간이 40분 이상 절약된다.

 

17:55

동명휴게소(1,802km). 동명휴게소에서 기름을 보충하고, 잠깐 쉬었다가 고속도로 카드를 구입한 후에 다시 출발한다. (18:11)

 

18:54

안동휴게소(1,868km). 국밥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다시 짐을 정리한다. 랜턴을 도착하면 바로 꺼낼 수 있게 바깥 주머니에 옮기고, 나침반도 확인하고, 짐을 최대한 가볍게 하기 위해서 지도를 제외한 인쇄물을 미리 가방에서 꺼내둔다. 그리고 소화도 좀 시킬 겸 해서 인쇄물을 한번 읽어본다. 옛날에 여러 번 읽었던 것이라서 그런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19:44

안동휴게소에 출발한다. 이대로 가면 현동에는 9 조금 넘어서 도착할 것이다.

 

20:05

영주톨게이트(1,897km, 5,600)를 빠져 나와서 지도를 보고 방향을 확인한 후에 출발한다. 요즘은 국도를 확장하면서 많이 헷갈리게 되어있다. , 자동차 전용도로로 국도가 바뀌면서 주변에 위치를 인식할 만한 것들(건물 명, 상호, 버스정류장 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수십 킬로미터를 잘못 진행하는 경우가 가끔씩 있다. 영주 시내는 조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내를 벗어나자 도로는 공사중인 국도를 번갈아 가면서 오르락 내리락 한다. 표지판을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제법 많이 쓴다. 도로는 아무리 공사중이라지만 너무 위험하게 되어있다. 잠시 신경을 놓으면 역주행하기 딱 알맞게 되어있다.

 

21:08

드디어 익숙한 노루재터널을 통과하여 현동에 도착한다. 현동에는 택시가 2대 있다. 현동택시(011-818-2866, 054-673-2866)와 소천택시(011-501-7676, 054-672-7676). 현동택시는 스머프 양념통닭집에 있고, 소천택시는 맞은편에 버스정류장 옆에 구멍가게에 있다. 가까운 파출소(지구대로 이름을 바꾼지 꽤 되었건만,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라고 하는 것 만큼 어색하다)에 들러 화장실을 이용한 다음에 현동 거리를 거닐어 본다. 그리 크지 않은 동네에 제법 큰 슈퍼마켓이 3개나 보인다. 그 중 한곳에 들러 물을 한 병 사서 마신다. 차에서 이것저것 다시 확인하고, 정리한다.

 

21:54

스머프 통닭집에 들러 23:30에 석개재로 갈 수 있는지, 그리고 요금은 얼마나 하는지 확인한다. 현동에서 석개재는 30,000, 현동에서 답운치는 20,000원 받는다고 한다. 23:30에 출발하자고 약속하고 차로 돌아와서 잠시 눈을 붙인다.

 

23:00

엎치락 뒤치락 하다 보니 벌써 11시다. 더 이상 잠을 이루는 것을 틀린 것 같고, 차창을 내다보니 현동택시 아저씨가 밖에 나와있다. 짐을 꾸리고 나와서 계면쩍게 지금 갈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 아저씨는 잠시 들어오라며 가게안으로 인도한다. 가게안에는 가족들이 통닭을 1마리 튀겨서 맥주와 함께 먹고 있다. TV에서는 한일 축구를 하고 있다. 축구는 후반전 약 20여분을 남겨 놓고 있다. 감독과 코치가 모두 퇴장 당한 초유의 상황에서 어렵게 후반전을 진행하고 있었다. 통닭 두어점을 먹고 축구 후반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석개재로 출발한다. 석개재까지는 한참 걸려서 도착한다.

 

2007.07.29()

00:11

석개재 도착.

아저씨께 택시요금을 드리면서 태워줘서 고맙다고 하니, 아저씨는 달이 밝아서 등산하기에는 나쁘지 않겠다고 덕담해주신다. 계획은 오전에 하산하는 것이며, 하산하면 전화하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한다.

 

00:15

지팡이 높이를 조정하고, 랜턴의 각도를 조정한 후에 들머리를 찾아서 발걸음을 옮긴다.

 

달빛은 잠시 후 자취를 감춘다. 날씨가 흐려서 구름 사이로 숨은 것 같다. 멀리 도깨비 불이 보인다. 깜짝 놀랄 만 하다. 도깨비 불은 인광이라고 했다. 동물의 뼈를 구성하는 성분 중에 인燐이 있는데, 그것이 공기중에 떠 다니다가 불빛에 반사되면 마치 반딧불이처럼 허공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이를 도깨비 불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걸음걸이가 몹시 불편하다. 숲이 우거져서 길이 보이지 않는다. 두세 걸음을 옮긴 후에는 반드시 길이 맞는지를 확인해야 했다. 서너 번에 한번씩은 길이 아닌 곳에서 헤메는 것을 반복한다. 넝쿨이 길을 가리고 있어서 발 걸음 옮기기가 더욱더 힘들다. 가금은 찔레 가시에 팔이 긁히기도 한다. 야간산행을 이래저래 고생이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가운데서 갑자기 개소리가 들린다. 영화나 TV에서 들었던 산짐승소리는 아니었다. 개소리였다. 그런데, 개소리가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마치 도사견이 적을 만났을 때 짓는 것처럼 그렇게 날카롭게 컹컹 그렸기 때문이다. “저놈의 개가 멀리서 움직이는 내 랜턴 빛을 보고 짖는건가?”하는 생각에 잠시 걸음을 멈추기를 또 몇 차례 반복한다. 요즘 버려진 개가 많다는데, 만약 버려진 개라면 산 짐승보다 더 무섭다. 삼 짐승은 불을 피워 쫓으면 될 수도 있을텐데, 개는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01:22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보이지 않고, 오른쪽 사면으로 리본이 보인다.

야간산행이나 초행길에서는 리본이 길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자연보호를 외치는 사람들인 리본을 달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에 반대한다. , 리본이 고무나 프라스틱 제품으로 된 것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은 썩지 않으므로 리본으로 하면 않되겠지만, 면으로 된 것을 괜찮다고 본다. 면은 시간이 지나면 산화되고, 썩기 때문이다. 그래고 4~5년은 걸린다.

오른쪽 사면에 있는 리본이 당연히 길을 표시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역시 길이다. 그런데, 조금더 내려가니 임도로 내려선다. 잘못 내려왔다. 일부 정맥꾼들이 임도를 따라 가다가 산길로 접어든다고 했는데, 여기가 거긴가 보다. 내려선 김에 물 한 모금 마시고, 간식으로 가져온 연양갱을 먹는다.

 

01:37

2004년도에 매달았던 리본이 있다. 원래 노랑색으로 바탕을 칠하고, 파랑색과 검정색으로 글씨를 적었는데, 검정색부분인 이름만 남고 나머지는 색이 바랬다. 리본자체도 많이 삭아서 곧 사라질 것 같다. 그래도 3년전에 매달았던 리본을 발견한건 대단한 기쁨이다. 이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 백만의 응원군을 얻은 듯 하다.

 

01:48

묘봉 삼거리. 마음 같아서는 묘봉까지 가보고 싶지만, 길을 잃을 염려도 있고 해서 그냥 지나친다.

 

01:56

두 번째 리본을 발견한다. 야영하기 딱 좋은 장소다. 잡목도 없고, 풀도 별로 없어 보인다.

 

02:03

그렇게 지겹다던 산죽군락이 시작된다. 산죽이 키가커서 한걸음 한걸음 전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길 바닥에는 누군가가 길을 내기위해서 일부러 잘라낸 나무의 밑둥이 정강이를 쥐어 박는다. 그래서 양손을 높이 들어 산죽을 헤치고, 지뢰밭을 걷는 심정으로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옮긴다.

 

02:15

돌사잇길로 내려가다가 완만한 낭떠러지로 내려갈 뻔…. 천만 다행으로 조심조심 한걸음씩 움직인 탓에 다시 길을 찾아서 간다.

 

02:35

용인등봉

용인등봉 주변에는 특히 리본이 많다. 잠시 쉬었다가 출발.

 

03:13

정상석을 발견한다. 그리고 연결되는 길이 없다. 정상석장성 455”라고 표지석이 있다. 2004라고만 표시되어 있고, 다른 표시는 없다. 이때 방향을 잃은 것 같다. 몇 번을 두리번거리다가. 리본을 발견하고 몸을 움직인다. 이때 사방에 있는 찔레꽃이 팔을 사정없이 긁는다. 왔다 갔다 대략 15분 정도 헤멘 것 같다.

 

03:55

세번째 리본을 발견한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하다. 이정도 거리와 시간이면 삿갓재가 가까워야 하는데, , 내리막이 많아야 하는데, 오르막이 많은 것 같다.

 

03:57

세번재 리본 옆에 있는 공터가 아무래도 낯이 익다. 둘러보니 용인등봉표지가 나무에 걸려 있다. 이럴수가 1시간 30분 동안 헛고생을 한 것이다. 역시 혼자는 무리였던가. 돌아가려면 지금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다시 1시간 반이면 석개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되돌아 간다면 언제 다시 와야 할 지 알 수 없다. 지금까지 3년을 기다렸다. 간식과 휴식을 취하면서 고민한다. 지도를 꺼내 다시 보고….

 

04:14

왜 이때까지 나침반과 지도를 보지 않았을까? 나침반과 지도를 꺼내서 다시 채비를 하고 출발한다.

 

05:00

아까 거기를 지나 공터에 앉아서 간식을 먹는다. 1병이 비워진다. 아직 삿갓재에도 못왔는데,…. 날은 조금씩 밝아 온다. 3시경부터 밝을 거라고 하더니 그건 아닌가보다.

 

05:38

삿갓재

삿갓재까지는 2시간 정도 예정했는데, 까먹은 1시간 반을 고려한다고 해도 계획보다 2배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 역시 안되는 것인가? 오늘도 임도삼거리에서 반야로 하산해야 하는가? 그럴 수는 없다. 오늘은 좀 무리를 해서라도 진조산을 넘어 답운치까지 가야 한다.

 

05:59

임도를 따라 걷다가 삿갓봉으로 오르는 마루금을 접어들었으나, 산죽이 우거져있어서 다시 내려온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으므로 5분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임도를 걷기로 한다. 잘못 보았을까? 지팡이 자국이 보인다. 나 말고 지금 이 산을 움직이는 사람이 더 있다.

 

0618

임도삼거리. 여기서 가던방향으로 계속 가면 반야로 내려간다. 왼쪽으로 꺾어서 임도따라 진행한다.

 

06:25

다시 임도 삼거리. 5분간 쉬었다가 다시 마루금으로 올라 선다.

 

06:54

산죽군락을 헤치며 가는데, 갑자기 개짖는 소리가 들린다. 컹컹 거리는 소리가 너무 무서워 100여미터 줄행랑 친다. 숨을 다시 고르고 개짖는 소리를 살피니, 점점 멀어진다. 삼림순찰원의 개인지, 버려진 개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개가 끌려가는 듯 소리가 멀어진다.

 

07:48

가도가도 끝이 없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출발. 길에 지팡이 다시 자국이 보인다. 나보다 대략 1~2시간 앞선 것 같다. 아니면 어제 지나간 사람일 수도 있겠다.

 

08:02

또 물 한 모금 마시고, 빵 한 조각을 먹는다.

 

08:14

임도. 이 임도를 건너면 전망 좋다는 헬기장이 있는 곳이다. 잠깐 쉬고 출발한다. 헬기장을 향해서(?)

 

08:47

5분 휴식

 

09:00

안부에 헬기장이 있다. 그런데, 숲이 우거져서 헬기가 앉을 수 없을 것 같다. 지도에 없는 곳이다. 지팡이 자국은 계속해서 군데 군데 보인다.

 

09:20

5분 휴식

 

09:43

5분 휴식

 

10:14

헬기장. 역시 헬기 착륙이 불가능할 것 같다. 지도에 없는 곳이다.

 

10:32

휴식. 휴식하는 인터벌이 짧아지고 있다. 지쳐가는 것 같다. 이런 산행을 고행이라고 하는지…. 내가 여기에 다시 온 목적이 무엇인지….

 

10:52

또 헬기장. 역시 헬기 착륙이 어려울 것 다. 도대체 내가 어디쯤 와있을까? 지도를 봐도 알 수 없다. 이게 한나무재 앞에 있는 헬기장인지. 알 수 없다. 물이 별로 없다.

 

11:09

한나무재. 물이 없다. 굴정마을로 조금 내려가면 물을 뜰 수 있을까? 지도를 보고 고민한다. 정상적으로 3시간 정도 더 가야 하는데, 체력이 무리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산행 속도로 봐서는 선답자들이 지나간 3시간 안에 통과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10여분 동안 남은 물을 다 마시고, 지도를 보며 고민하다 결론을 내린다. “그래, 오늘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한 거야. 이미 시간도 많이 지났고, 집에도 가야하잖아. 더 위험한 지경에 빠지는 것 보다, 여기서 중단하고, 다음에 다시 오자.” 한 두 시간이면 큰길에 닿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하산하기로 한다.  

 

11:45

임도 갈림길. 여기서는 물을 뜰 수 있을 것 같다. 간단하게 세수하고, 물 한 병을 받아서 다시 출발한다. 내가 가야하는 방향은 광회인데, 표지판을 누군가가 망가뜨려 놓아서 한참 고민하다가 출발한다. 광회 방향은 오르막이다. 그래도 콘크리트로 포장 한걸 봐서는 차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모양이다.

 

200여미터를 오르고 있자니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들린다. 곧 소나기가 올 것 같아서 우의를 꺼내어 채비를 한다.

하늘은 계속 울어대고 바람은 소나기 직전의 습한 기운을 뿜으며 스친다.

 

고개를 오르니 저 밑에 밭과 인가가 보인다. 고개 근처부터 포장이 끊겨서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까지 흙길이다.

 

가는 길 왼편의 임도에는 출입금지 표지가 있다. 굴전고개로 가는 길일 것이다.

 

집이 한 채 있고, 할아버지가 할리데이빗 모양의 오토바이를 타고 그 집에서 나와 내 앞을 지나간다. 태워달라고 말을 한번 해볼걸 그랬나?

 

13:00

아까부터 계속 울던 하늘은 이제 빗물을 내리기 시작한다. 아까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갔던 할아버지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신다. 우의를 다시 채비 하고나니 비가 쏟아진다. 길가의 나무아래서 잠시 서 있는다. 비가 곧 그칠 줄 알았는데, 잠시 지나니 그게 아닌 것 같다. 이대로 있다가는 비만 맞고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될 것 같다. 그래서 비를 맞으며 전진하기로 한다. 번개가 심하다. 번개 칠 때는 높은 나무 밑을 피하라고 했는데, 사방이 전부 기 큰 나무라서 피할 방법이 없다. (저녁 뉴스에는 번개 맞은 등산객이 아프간 인질 사건 보다 앞서서 나온다) 번개가 몹시 치면 잠시 멈추었다가 진행하기를 몇 차례 하니, 저 멀리 큰길과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13:25

비도 피할 겸 뛰어서 도착한 쌍전2리 버스 정류장에는 전문 산꾼으로 보이는 사내가 배낭을 정리하고 있다. 배낭은 족히 50ℓ는 되어 보였다. 그는 휴가를 보름 받아서 혼자 산에서 야영하며 진행 중이라고 한다. 몇 일 전에는 뱀에게 물려서 병원에 3일 정도 누워있었다고 하며 뱀에 물린 자국을 보여준다. 다행스럽게도 배를 물려서 움직일 수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병원에 갔느냐고 했더니 하룻밤을 자고 걸어서 내려와서 혼자 병원에 갔다고 한다. 퇴원하고 나서 허전해서 어제 다시 석개에 올라 한나무재로 내려오는 길이라고 한다.

 

14:20

비바람을 뚫고 택시는 현동에 도착한다. 그 사내는 굳이 택시비를 내겠다고 해서 나누어 냈다. 영주까지 태워주겠다고 했는데, 굳이 버스를 타고 가겠다고 해서, 헤어졌다. 차안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식사를 하고 갈 것인가 어쩔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그냥 가기로 한다.

 

노루재 터널을 지나 있는 휴게소(이름을 자세히 보지 않았다)에서 음료수를 한잔하고, 출발한다.

엑셀레이터를 밟고 있는 발목에 통증이 온다. 길 한쪽에 차를 세우고 발목을 이리저리 움직여 관절을 풀어주고 있었는데, 잠시 졸은 모양이다. 비는 어느새 개었고, 의자 시트는 젖혀져 있다. 시계를 보니 벌써 4 넘었다. 한시간 정도 졸은 것 같다.

 

17:04

기사식당 간판이 있는 식당에 들러 된장찌개를 시켜 먹는다. 다리가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식사가 나오기 전과, 식사를 마친 후에도 계속 맛사지를 해주었으나, 별로 차도를 느끼지 못하겠다. 벌써 5인데, 더 늦기 전에 내려가야 한다. 불편하지만 차를 몰고 다시 움직인다.

 

어느새 다리의 통증은 사라지고, 차는 영주 IC를 향해서 움직인다. 영주 IC로 향하는 국도로 차를 올려야 하는데, 표지판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안동방향으로 그대로 한참을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영주 시내에서는 영주 IC와 안동이 같은 방향이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표지판을 놓쳤다. 그래서 또 한 30여분을 허비했다.

 

안동휴게소에서 졸음 방지용 고구마 튀김과 홍차를 사고,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트로트 테이프를 하나 샀다.

 

현풍휴게소에서 저녁으로 냉면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출발한다.

 

23:07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 여러 가지로 힘든 하루였다. 아내에게는 아침 일찍 산행을 마치고 저녁식사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면이 안 서게 생겼다.

 

총비용 :  222,000

식사   :   15,000

잡비   :   18,000(휴게소 군것질 외)

식료품 :    9,500(행동식용 레또르 밥, 건빵, 물 외)

택시   :   50,000(현동->석개=30,000, 현동->답운치=20,000)

톨비   :   27,200

주유   :  102,300(590km, 연비 9km/, 1,560/ℓ)

 

금회 총 산행시간 = 13:10(정맥구간 = 10:54)

금회 총 산행 거리 = 26km

정맥구간거리 = 18.9km/44.2km/410.5km

 

Ps: 현동택시(011-818-2866, 054-673-2866), 소천택시(011-501-7676, 054-672-7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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