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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낙동정맥

낙동정맥 5차 구간(답운치 ~ 애미랑재(광비령))

by seetop 2020. 8. 2.

  참 많이 망설이고 머뭇거렸던 산행이다. 장거리 산행에 두려움을 갖게 만든 2번의 석개재~답운치 코스 중도 하산 이후 참 많은 시간이 지났다. 산행을 미루기에는 항상 많은 이유가 존재한다. 이번에도 새벽에 숙소를 나서는데,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들머리까지 3시간이 넘게 운전하는 동안에도 빗줄기는 오락가락했다. 도착해서 비가 오면 돌아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 운전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숙소 창 너머로 들리는 빗소리에 그냥 이불속으로 더 파고 들어갔을 터였다. 역시 집을, 숙소를 나서는 게 가장 힘들다. 여기서 한 가지 배운 거는 "일단 움직여라"다. 잘 알고 있으면서 항상 잊고 지내는 유명한 격언 하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일단 움직이면, 갈 수 있고, 가다 보면 어느새 이만큼 와 있다. 머뭇거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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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자 : 2020.08.01(토)

 

산행 코스 : 답운치(07:30) ~ 통고산(10:29/3H, 6.9km) ~ 애미랑재(13:21/5H51, 13.7km))   

 

산행 거리 : 13.7km(트랭글 기준), 정맥 구간 13.7km

 

준비물 :  지도 (월간 산)    

 

산행 시간 : 5시간 51분(평균 속도 2.5km/h)

    

산행 인원 : 홀로

    

들머리 : 답운치(답운재)

날머리 : 애미랑재(광비령)

 

02:50

밤에 꿈을 꾼 것 같은데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나이가 되면 꿈을 꾸지 않는다고 하는데, 몇 번을 엎치락뒤치락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일어났다. 사위는 컴컴하고, 조용하다. 

 

03:20

배낭을 짊어 매고 숙소 현관을 나서니 공기가 축축하다.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었는데? 아스팔트 골목길은 젖어 있고, 비도 조금씩 내린다. 오늘은 가지 말고 그냥 쉴까? 몇 번을 그렇게 선택을 했고, 몇 번을 그런 선택을 후회했는가? 다시 핸드폰으로 날씨 정보를 조회하니 구름은 있는데, 비 소식은 없다. 그런데, 비는 조금씩 내리고 있다. 곧 개이겠지, 일단 가 보자. 들머리에 도착해서도 비가 온다면, 그냥 드라이브 잘했다고 생각하지 뭐.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조금 나아가니 아! 김밥집이 문을 열었다. 오늘 처음 알았다. 숙소 근처에 24시간 운영하는 김밥집이 있다는 걸. 근처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서 아침으로 라면을 먹고, 점심(?)으로는 김밥을 한 줄 쌌다. 산행할 때마다 걱정되는 건 아침과 점심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즉석 발열 도시락을 준비했다. 발열

 

03:45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출발한다.

 

05:37

구마고속도를 올라타서 88 고속도 지선을 지나 중앙고속도를 갈아타고, 영주에서 내린다.

 

그리고 영주 시를 우회하여 36번 국도를 따라간다. 가는 내내 비가 오락가락하더니 서서히 잦아진다.

몇 개의 터널을 지나 구 도로로 갈아타고, 지난번에 탈출했던 한나무재를 향해서 농로로 들어선다. 그런데.... 꼬불꼬불한 농로를 따라 제법 긴 시간을 갔는데 다시 큰 마을이 나온다. 잘못 들어왔다. 내비가 한나무재를 인식하지 못하기에 지도를 보고 움직였는데,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을 놓친 것 같다. 다시 차도로 나왔다. 이 번의 산행은 그 길이 아닌가 보다 하며 답운재로 방향을 바꾸어 간다.

 

07:30

답운재 표지판이 있는 곳은 산행 기점을 150m 정도 지나 있다. 답운재는 답운치(踏雲峙)라고도 한다. 

[고개에 늘 안개가 끼어서 고개를 넘을 때 마치 구름을 밟고 넘는 듯한 고개라 하여 답운(踏雲)재라 부른다. ]

들머리에는 차량이 2대가 주차되어 있다. 나와 같은 코스로 가시시는 분들일까? 반대방향으로 가시는 분들일까?

비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 2대의 차량이 내게 "이봐, 가도 괜찮아. 저 사람들도 갔잖아! 어서 가보자고!" 하며 내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07:39

산등성이에 올랐나 싶은데, 왼쪽 수풀 사이로 헬기장이 보인다. 

 

07:54

산불 감시초소가 있다. 사람은 없는 듯, 인기척이 없다.

 

08:03

오래된 임도를 지난다. 풀들이 높이 자라 임도로 보이지 않는다. 

 

08:16

두아름이 넘는 굵기의 소나무가 길 한복판에 떡 버티고 서있다. 황장목이 이곳에도 있는 듯, 둘러보니 황장목으로 보이는 소나무들이 큰 키를 자랑하며 빼곡히 하늘을 찌르고 있다. 황장목은 금강송이라고도 한다. 산행 내내 이 정도로 굵은, 두아름이 넘는 소나무들이 정맥 길에 자주 보인다. 

 

08:29 (2.6km)

공터. 요즘 유행하는 백 패킹하기 딱 좋게 잘 다듬어진 평지가 있다. 누군가 일부러 다듬어 놓은 듯. 2인용 텐트 정도는 2개를 설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미랑재까지 가는 길에는 이렇게 야영이 가능한 장소들이 제법 있다.

 

아주 예전에 2인용 텐트를 사려고 아내 몰래 용돈을 모았지만 아내의 반대로 결국 사지 못했던 게 기억난다. 아내는 산에서 야영하기에 필요한 작은 텐트가 아니라 요즘 캠핑족들이 차에 싣고 다니는 그런 종류의 텐트를 원했다. 당시로서는 아내의 생각이 지금 생각하면 매우 진보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소형이든 대형이든 텐트를 사지 못한 건 시간은 월급에 저당 잡혀서 훌쩍 떠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의 자유를 얻는다는 건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위험의 수준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높은 수익을 갖다 주는 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시간의 고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08:40 

두 번째 임도. 최근에 조성된 듯 잘 정비되어 있다. 아침에 싸온 김밥을 먹는다. 점심이 아닌데... ㅎㅎ

 

09:34 (5.09km)

세 번째 임도. 나무벤치가 있다. 낙동정맥 트레일 표지판이 있다. [ ← 남회룡 4.9km → 통고산 1.3km ] 잠시 쉬면서 간식을 취한다.

 

10:15 통고산 휴양림 갈림길 [ ← 통고산 휴양림 ↓낙동정맥로 ↑ 통고산 ] 

거리 표시가 없다.

 

10:25 울진 전파 강수 관측소

관측소를 왼쪽으로 돌아 능선으로 올라선다.

 

10:29 헬기장

헬기장 뒤로 정상석이 보인다.

 

10:30 통고산(통고산 通古山)

정상석으로 큰 돌을 세워놓았다. 뒷면에 통고산의 유래와 불영계곡에 대하여 설명해놓고 있다. 

 

이 산은 서면 쌍전리에 위치한 해발 1.067m의 백두대간 낙동정맥으로 산세는 유심 웅장 하다. 전설에 의하면 부족 국가 시대 실질국의 왕이 다른 부족에게 쫓기어 이 산을 넘으면서 통곡하였다 하여 통곡산으로 부르다가 그 후 통고산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산의 동쪽에는 진덕왕 5년 의상대사가 부근의 산세가 인도의 천축산과 비슷하다 하여 이름지어 불리워지고 있는 천축산이 있고 산기슭에는 그 당시 창설한 불영사가 있으며 하류에는 불영계곡이 있다. 이 표주석은 관광울진, 환경 울진의 무궁한 번영을 기원하는 7만 군민의 정성 어린 뜻을 담아 육군본부 항공대 헬기 지원으로 이곳에 세우다. 1998년 11월 23일 울진군수

 

10:39

산악기상관측장비. 앞에서 본 전파 강수 관측소와 비슷한 거 아닐까? 기온, 습도, 풍량, 강우량, 기압, 지면 온도 등을 무인으로 측정한다고 한다. 그 앞을 지나 사면을 내려선다.

 

10:44 이정표 [ ←하산 3.3km, 1시간 20분, → 왕피리 ]

갈림길 여기서 실수하면 하산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정맥 길은 오른쪽으로 리본이 달려있는 곳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땅만 보며 걷다 보면 지나칠 수 있다. 애미랑재로 가는 방향이나 정맥 길을 알려주는 방향 표지판은 없다. 그런 거 비하면 낙남정맥을 이정표가 매우 잘 관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0:50

길가에 나리꽃이 피어있다. 이번 산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꽃이다.

 

11:14

세 번째 임도. 잘 다듬어진 길이다. 오른쪽의 산등성이가 휑하다. 산불이 있었는지 꽤 넓은 면적이 벌목되어 있다.

 

11:35

삼각점. 이번 산행에서 처음 만나는 삼각점인 듯하다. 938m를 알려준다.

 

11:49

공터에서 잠시 쉬면서 사과를 하나 먹는다. 다시 한번 생각하지만, 이 구간에는 야영하기 좋은 곳이 꽤 여럿 있다. 근처에서 식수만 잘 조달할 수 있다면 백패킹을 해도 되겠다. 하긴 얼마 전 등산잡지에서 만난 어떤 여성분은 백두대간을 일시 종주한다고 했다. 산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다니고, 몇 일에 한 번씩 고갯길에서 식량 등을 지원받거나 해결한다고 했다. 그분은 교통비는 적게 들겠다는 하나마나한 생각이 잠시 스친다.

 

12:26

또다시 공터다. 핸드폰에서 배터리가 부족하다는 신호음이 뜬다. 분명 조금 전에 20% 남았었는데, 밧데리를 연결할 때는 막 1%로 떨어지고 있었다. 지난번에도 밧데리가 방전되어서 고생한적이 있었고, 그 뒤로는 40%정도 남으면 충전을 하고는 했었다. 이번에는 20%를 보고서도 충전하지 않아서 긴박한 상황이 되었다.

 

13:03

노끈 리본. 낙남을 다닐 때,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노끈 리본을 여기서 만났다. 신기하다. 어떤 샤머니적인 기분이 든다. 좋은 기분이다. 밧데리가 다시 20%로 충전이 되었고, 중단된 트랭글이 다시 연결되었다.

 

13:15

아래에 도로가 보인다. 아찔하게 깊은 계곡이다. 애미랑재다. 절개한 산의 사면은 마사토 같이 보이는 흙으로 되어 있는데, 그냥 철망으로 덮어 놓고는 풀 씨앗 진흙 더미를 바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배수로를 따라 오른쪽 사면으로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조금 내려가니 시원한 개울물이 반겨준다. 도로보다 아래쪽으로 지나는 개울에 세수를 하니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다.

트랭글을 종료하고, 도로 위로 올라선다.

장비를 정비하고, 택시를 부른다. [#소천택시 박두하 054-673-2866, 010 3818 2866 ]

돌아서서 날머리르 보니, 북진하는 사람들이 들머리를 찾는 게 쉽지는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리본도 몇 가닥 없는 데다, 절개사면으로 따라 있기 때문이다. 내가 나온 곳은 그보다는 왼쪽에 있는 전신주 아래의 수풀로 들어서 도로 아래로 내려서야 한다. 개울까지 내려가면 발을 디디고 올라설 수 있게 다져진 등로가 나온다.

 

택시를 기다리며 다음 들머리를 조사하는데, 쉬이 찾아지지 않는다. 지도를 보면 왼쪽으로 100여 m를 가면 있을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다, 도저히 오를 수가 없다. 다시 오른쪽으로 남회룡교 방향으로 100m 정도 내려가니 리본들이 보인다. 그러나, 차를 주차할만한 곳이 없다. 고민이다. 선답자의 기록을 보면, 남회룡 방향으로 200m 정도 내려가면 차로폭이 넓어지는 구간이 있다는데....

답운재. 들머리는 여기서 약 150m 뒤로 있다.
들머리. 안내문에는 통고산을 가려면 통고산 휴양림을 이용하라고 한다.
산불감시초소
아름드리 소나무. 내가 양팔을 둘러도 모자란다. 두사람이 함께 감싸면 될 정도로 굵은 소나무가 정맥길 내내 자주 보인다.
공터. 이런 공터도 정맥길 내내 자주 보인다. 야영을 해도 좋을만큼 땅이 평평하고 푹신하다.
정맥길을 알리는 리본들. 보다 친환경적인 리본은 없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 만나는 임도. 조성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돌계단에 앉아 김밥을 먹는다.
세 번째 임도. 낙동정맥 트레일이다.
낙동정맥 트레일을 알리는 표지목
통고산 휴양림과 통고산 방향 갈림길. 거리가 표시되어있지 않다.
전파 강우 관측소
정상석 앞에 있는 헬기장
정상석
통고산과 정상석의 유래
산악기상관측장비
아래 왕피리 표지판에 낙동이라는 글자를 보지 못했다면 엉뚱한 곳으로 내려설 뻔 했다. 여기서 우회전 해야 한다.
네 번째 임도
임도 오른쪽에 있는 건너 산의 사면이 벌목되어 있다. 산불이 있었는 듯
삼각점. 938m
공터
노끈 리본. 낙남때부터 길잡이가 되어줬다.
애미랑재 절개지 배수로
애미랑재 아래 있는 냇물
날머리. 전신주를 따라 내려가면 개울이 있고, 개울의 오른쪽으로 올라서면 애미랑재 위로 올라간다.
다음 코스의 들머리
13.7km, 5시간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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