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낙남정맥을 시도 한다. 그런데, 너무 오랫만이어서 그랬는지, 지도와 선글라스 등 많은 것을 집에 두고 나왔다. 처음부터 심적으로 불안한 산행이었다.
산행일자 : 2014.08.06(수)
산행코스 : 큰재(10:21) - 화리치 - 대곡산 - 추계재 (16:21, 8.9km)
산행거리 : 8.9km(진입/탈출 거리 없음), 누계 : 약 136km (237km 기준, 101m 남음)
- 지도도 없고, 선글라스도 없고, 심지어 핸드폰 밧데리도 방전되어 불안한 산행길이었다.
- 게다가 가시덤불(이럴 때 나무 이름을 잘 알면 참 좋을 것을...)과 억새, 철쭉 등이 길을 가려서 애를 먹었다.
산행시간 : 6시간 (진입/탈출 거리 없음)
산행인원 : 혼자
들머리 : 큰재(승용차로 이동)
날머리 : 추계재(고성 택시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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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0
어제 부산 이기대를 다녀왔는데, 그것때문에 피곤한지 겨우 일어났다.
부엌에 가서 밥솥을 보니 밥이 지어진지 이제 1시간 되었다. 오늘 산에 가고 싶다고, 도시락을 싸야 한다고 했더니 아내가 밥을 지어 놓았다. 계랸을2개 부치고, 김치를 양파와 함게 볶고, 장아찌를 꺼내 도시락을 싼다.
밥을 차려먹고, 배낭을 챙기고, 지도를 챙기고, 옷을 챙겨 입는다.
어제 사둔 생수를 도시락과 함께 배낭에 넣고, 보온병에 얼음물을 채운다. 간식으로 준비한 쵸코바와 사탕을 지퍼 봉투에 넣고 배낭에 넣는다. 선글라스도 배낭에 넣고, ........ 무슨 착각이 있었는지, 배낭에 넣었던 지도를 다시 꺼내어 등산 시간을 가늠한다.
큰재에서 부련이재까지 8시간이면 갈 수 있을까? 아마도 큰재에 빨리 도착하면 10시. 저녁 6시까지 내려올 수 있으면..... 욕심을 부려 본다.
오늘은 배낭 무게를 재본다. 평소에 배낭이 무겁게 느껴져서....
생수 2개, 이온음료 1개, 얼음물 1개, 도시락 1세트, 쵸코바 등 간식 한덩이, 인스턴트 커피 1병, 복숭아 통조림 1개, 그리고 옷가지 및 잡동사니들...... 저울에 7kg이 찍힌다. 옛날 설악산 갈 때는 배낭 무게 빼고 25kg씩 지고 다녔었는데, 배낭을 포함하여 겨우 7kg이 무겁게 느껴지는구나....
08:22
내비게이션을 영오 면사무소에 맞춘다. 85.6km, 10시에 도착한다고 나온다. 어라? 계획대로 되겠는데?
고속도로를 타고 한참을 가다보니 내비게이션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진주 교차로를 지나 연화산 IC로 들어가야 할 텐데, 내비게이션은 진주에 한참을 못미친 지수IC에서 빠져 나가라고 한다. 이상데? 하면서 내비게이션이 하라는데로 했는데....국도 따라 또 한참을 가다 생각하니, 내비 설정을 잘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오면사무소가 아니라, 영현면사무소 또는 큰재를 찍었어야 했는데.... 영오면사무소에서 대략 30분을 더 가서 큰재에 도착할 수 있었다.
10:21
선 크림을 얼굴에 바르고, 선글라스를 통에서 꺼내는데.....아뿔사! 아내의 것이 내 선글라스통에 들어 있다! 어제 부산 이기대 공원에 다녀온 후에 정리하면서 잘못 넣은 모양이다. 하는 수 없지. 배낭을 뒤져서 지도를 찾는데....지도도 없다. 아까 거리와 시간을 본다고 꺼낸 후에 식탁위에 그냥 두고 온 것 같다. 그리고, 핸드폰의 GPS를 읽는 APP을 실행시키고 보니, 여유 밧데리를 가져오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
사실 산행을 하면서, 주로 리본을 따라 걷기 때문에 지도는 거의 보지 않는다. 그래서 지도가 없어도 OK. 단지, 얼마나 남았을까를 가늠할 때 요긴하긴 하겠지만, 오늘은 지도 없이 한번 가보자....
핸펀 밧데리도 어제 보니 5시간은 GPS를 켜도 50%정도 남더라... 문제 없겠지...
지도가 없기 때문에 핸펀으로 인터넷을 뒤져서 주요 이정표 구간을 수첩에 메모하고, 출발한다. 추계리까지 4.5시간을 계산하고...
들머리는 철망에 막혀서 철망을 따라 왼쪽으로 전진하는 걸로 시작한다. 오늘은 개가 짖지 않는다. 지난번 여기서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개가 짖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개가 짖는 걸 싫어한다. 무섭다.
10:31
철망을 따라 수풀을 헤집고 올라서니 임도가 나타난다. 아까 출발했던 큰재에서 연결되는 임도인듯 하다. 대개 정면에 연결되는 지점을 알리는 리본이 있게 마련인데, 언뜻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 10여미터 앞에 리본이 보이는 듯하여 가까이 가니 산꾼들이 흔히 사용하는 리본이 아니다. 다시 제자리로 와서 주의 깊게 살피니 역시 정면에 나무 수풀 사이로 노란색 리본이 1개 보인다.
10:46
경사가 가파른 길을 10분이상 헉헉거리며 걸어 오른다. 정맥길에서 만나는 진리 한가지는, 항상 들머리 구간은 경사가 가파르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대개 들머리와 날머리는 고개에 있게 마련이고, 고개라는 것은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가장 낮은 곳이 경사가 급할 수 밖에.......
그러나 그렇게 급한 경사라 하더라도 시작하고 조금 지나면 호흡이며 땀이며 이런 것들은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머리위로 하늘이 보인다. 곧 능선에 다다를 것 같다.
10:59
578봉으로 짐작된다. 이렇다할 알림표는 없고, 긴급 신고 표지판이 있다. 현위치 번호는 고성 4-3.
11:09
알림표지가 있다. "정상 1.2km" 한 30분 더 가야 할 것 같다. 그런데.....어느산 정상이란 거지? 헷갈리기만 한다. 물 한모금 마시고 가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다.
11:18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누웠다. 빙 둘러 돌아서 나아간다.
이번 구간에는 쓰러진 나무가 무지하게 많다. 길을 막는 것은 보통이고, 나뭇가지들이 길을 지워버려 애를 먹은 구간도 여럿 있다.
11:30
화리재 갈림길을 알려주는 표지가 서 있다. (화리재 1km↑, 봉화산 2.2km←) 앞의 표지판에 있던 정상은 아마도 무량산 정상인 듯 하다.
여기서 잠깐.... 2004년 사람과 산에서 출간한 지도 (내가 주로 사용하는 지도)에는 무량산(581m)으로, 네이버 지도에는 천왕산(581m)로 되어 있어서 택시기사들도 헷갈려 한다. 이런식으로 다르게 표시된 산들이 많은 게 이곳 구간이다.
사람과 산 2004.10월 |
다음 지도 |
네이버 지도 |
무량산(581m) |
무량산 |
천왕산 |
화리치 |
화리치 |
화리치 |
대곡산(542.8m) |
대곡산 |
무량산 |
가리고개 |
가리고개 |
추계재 |
이점을 알고 있지 못하면, 매우 당혹스런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금방 "무량산"을 지나왔는데, 앞에 또 "무량산"이 나타나는 일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5분 쉬었다가 왼쪽으로 화리재 방향으로 돌아선다. 아마도 가던방향으로 간다면 부량산 정상이 있을 듯...
11:48
임도
임도를 만나는 곳에는 인도를 따라 큰재로 가는 길과 화리재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정상 0.5km ←, 화리재 0.7km →, 큰재 1.5km↓) 임도 건너편 어딘가에 들머리를 알려주는 리본이 있을텐데....리본을 찾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11:50
임도 따라 조금 내려 가다가 50m 못가서 왼쪽에 노란색 리본을 발견, 리본을 따라 이어간다
11:52
길은 오른쪽으로 임도를 두고 나란히 간다.
향나무 숲으로 접어든다. 편백인 듯 하다. 향내음이 기분을 좋게 한다.
11:57
다시 임도를 만난다. 화리재다. 임도 세갈래가 만나는 곳이고, 왼편의 임도는 누군가 다녀간지 오래 된 듯 수풀이 무성하다. 길을 건너 다시 숲으로 들어서니 여기도 편백이 있다.
12:08
능선으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 간식으로 가져온 빵을 먹고, 얼음물을 마신다.
12:14
이제까지 넘어진 나무가 길을 가로 막은 일이 숱하게 많아서, 지금부터라도 넘어진 나무가 길을 가로막는 일이 없기를 기도하며 자리를 일어선다.
12:20
오른쪽으로 임도를 끼고 계속 나아가는데, 어느샌가 임도와 내가 가는 길 사이에 철망이 놓여져 있다. 철망에 바짝 붙어서 가는 길은 숲이 우거지고, 가시나무가 많아서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다.
12:56
잠시 임도와 멀어졌나 싶었는데, 다시 오른쪽으로 임도가 나타나고, 그 사이에는 여전히 철망이 가로막혀 있다.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이 사유지인지, 철망 너머 임도가 있는 곳이 사유지인지 알 수 없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임도가 있는 철망 안쪽으로 사슴목장이 있는 듯 하다.
13:00
철쭉 군락지를 지난다. 철쭉의 키가 애매해서 헤쳐 나가는게 장난이 아니다.
13:02
편백나무가 둘러선 공터를 만나 잠시 쉰다. 무려 50여분간을 가시덤불을 헤치며 전진해왔다. 너무 힘들다. 숲을 헤쳐나오는게 이렇게 힘든 거라면, 이 길은 초 봄에 다니는 것이 매우 유리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13:07
원래 계획은 1시경에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장소가 여의치 않아서 초코바 1개 먹고 출발한다. 가시에 너무 많이 찔려서 목장갑을 끼고 전진한다.
13:09
내리막에 편백 작은 숲을 지난다.
13:15
이번에는 소나무 숲을 지난다. 솔향이 머리를 맑게 해주는 것 같다.
13:17
묘지터를 지난다. 원래 묘지가 있었으나 세월이 흘러 묘지는 무너지고 터만 남은 것 같다.
묘지터를 지나 솔숲으로 들어간다.
13:19
또 다름 묘지를 지나고
13:21
임도를 만난다. 여기는 임도가 끝나는 지점으로 보인다. 여기서 또 리본을 찾아 헤멘다.
13:24
리본은 보이지 않고....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13:27
임도 한가운데 리본을 발견한다. 근처에 숲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을 수 없다. 임도가 길인가보디. 임도를 따라 계속 나아간다.
13:30
임도 가에는 물길이 생겼다. 오솔물길에 손을 담구고, 얼굴을 적신다. 물이 참 맑고 차다.
13:35
임도는 열린 철망 문을 관통해서 내려가고, 철망문에는 리본이 달려있다. 흠.... 길을 잃은 건 아니구나.
13:37
임도는 다시 포장길을 만나고, 왼쪽으로 멀리 리본이 보인다.
리본을 2번 지나치니 숲으로 들어가는 들머리에 세번째 리본이 있다. 아까 임도가 끝나고 포장길을 만난 지점에서 대략 60m 되는 지점이 되는 것 같다.
일단 아스팔트 포장길에 퍼질러 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는다. 느긋하게....
싸온 방울토마토도 몇개 집어 먹고, 캔커피도 한잔 하고.... 얼음물도 마시고....
14:10
들머리로 올라서자마자 철망이 다시 가로막는다. 철망 안쪽에는 풀밭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것 처럼 목장이 있는 듯, 잘 정돈되어 보인다.
또 가파르고, 가시나무가 많은 길을 헤치고 올라간다. 오른쪽에 있던 철망 속의 목장은 어느새 뒤로 사라지고....
14:49
대곡산 정상 표지가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삼각점은 "통영 401호"라고 되어있다.
14:52
그러지 않아도 가시 덤불 때문에 길을 나아가기 힘든데, 지금부터는 키만큼 자란 억새가 길을 가리고 있다. 게다가 여기도 넘어진 나무가 길을 가로 막고, 간벌한 나뭇가지들이 길을 덮어버려 길을 잃고 헤메기를 여러차례 하게된다.
15:00
길을 헤메는 걸 아는지, "낙남정맥을 종주하시는 산님들 힘내세요"라는 격려의 메세지가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15:08
주머니에서 핸펀이 부르르 떤다. 꺼내보니 밧데리 남은 용량이 13%. 이정도면 2시간은 가겠지....
15:30
주머니에서 또 한번 울림이 느껴져 핸펀을 꺼내보니 완전 방전되어버렸다. 나도 모른 프로그램이 실행되고 있었는지....
걱정이다. 하산을 하여도 택시를 부를 수가 없다. 이런저런 고민이 많이 생긴다. 게다가 지금 또 길을 벗어나 걷고 있다. 억새가 길을 보이지 않게 하고, 두종류의 가시나무가 진로를 방해하고, 어중간하게 자란 잡목들이 시야를 가린다.
15:45
밧데리 방전이후로는 대체로 편안한 산길이 이어진다. 억새와 가시나무가 거의 없다.
15:52
왼쪽 발목에 통증이 느껴지고, 발과 다리에 쥐가 났다. 앞에 보이는 거무스레한 게 마지막 오름이기를 기대하며 전진한다.
16:05
멀리 도로가 보이고, 집들이 보인다.
16:12
포장도로를 만난다. 오늘 산행은 여기까지인가?
연결되는 산길이 있는가 해서 이리저리 둘러본다. 리본은 보이지 않고....포장길을 따라 내려간다.
16:21
길은 T자 모양의 삼거로 이어지고, 건너편 전신주 지지줄에 리본이 보인다. 팔각정도 있다. 여기가 추계재다. 오늘 산행은 여기서 마무리 하기로 한다. 도상답사에서 부련이재까지는 3시간을 더 가면 될 것 같기는 한데, 해드랜턴도 가져오지 않았고, 무엇보다 지금은 무지 피곤하다....
16:25
오른쪽 추계리로 들어가서 혹시라도 사람을 만나게 되면 택시를 불러달라고 해야지......
낮은 담 안으로 아주머니가 보여서, 불러 사정을 이야기 하고 택시를 불러달라고 부탁을 한다.
10여분 후에 도착한 택시를 타고, 아까 산행의 들머리로 이동한다.
오늘도 무진장 힘든 하루였다. 계획한 것 보다 무려 1시간이 더 걸렸으며, 숲이 우거져 길을 잃기 쉬운데다가 2종류의 가시나무와 그리고 넘어진 나무 등이 길을 막은 구간이 너무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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