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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낙동정맥

낙동정맥 6차 구간(애미랑재(광비령) ~ 칠보산 ~ 깃재 ~ 신암분교)

by seetop 2022. 4. 30.

2022-09_낙남정맥 (애미랑재 칠보산 깃재) -2022.04.23

 

계획한 시간에 일어난적이 언제였던가? 전날 저녁에는 잠자리에 들면서 문득 두려움이 생겼다. 이번 산행은 거리를 잘라서 탈출거리까지 해도 9km 내외라서 4~5시간 걸으면 되지만, 다른 구간 중에서 평균 17km 정도, 가끔 20km 넘는 곳도 있다. 숙소에서 들머리까지 가는 시간, 날머리에서 차량을 회수하는 시간,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등이 사실은 산행시간보다 더 많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숙소에서 들머리까지 3시간, 날머리에서 집까지 4시간이 넘는다. 합하면 차량으로만 7시간을 운전해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주왕산 구간까지는 그리 될 것 같다. 그 이하 영천구간부터는 익숙한 지명과 익숙한 산들이 많아서 마음 내키는 대로 코스를 자를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다 문득 눈을 뜨니 어느새 아침이다. 짐은 미리 차에 실어두었던 터라 간단하게 세면만 하고 집을 나선다. 어느새 시간은 7시를 지나고 있다. .

 

이번에는 자전거를 가지고 갔다. 코스가 짧은데다 날머리에서 들머리까지 차량을 회수하기 위해서 움직여야 하는 차도는 걸어도 될 정도인 3km 내외다. 친구는 자전거를 이용하여 차량을 회수하는 방법으로 백두대간을 완주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망설이기만 하다 이번에 용기를 내어 연습 겸 실행을 해보리라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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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자 : 2022.04.23(), 맑음

산행코스 : 애미랑재 칠보산(2.6km) – 새신고개 – 10지황장목(3.6/6.21km) - 깃재 신암분교(탈출)(3.4/9.6km)

산행거리 : 9.6km (트랭글 기준)

산행시간 : 4시간 21평속 2.2km/h, 누적 고도 685m

산행인원 : 홀로

들머리 : 애미랑재

날머리 : 깃재 - 신암분교 (약 2km,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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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0 숙소 출발

IC로 가는 길에 좌우로 김밥집이 문을 열었다. 코로나가 한참이던 시기에는 문을 닫았던 가게들이다. 문을 연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여기서 아침을 먹고 가려고 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고속도로에 오른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코로나 사태가 많이 안정되어서인지 고속도로에도 차량이 많다.

 

08:00 안동휴게소

휴게소에서 아침을 사 먹는다. 여기도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관광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등산객들도 많이 보인다.

 

10:20 애미랑재

애미랑재를 넘어 신암분교에 차를 주차하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올 계획이다. 애미랑재에는 대형 버스가 1대 주차되어 있다. 산악회에서 단체로 낙동정맥을 온 것 같다.

 

10:28 수비초등학교신암분교

학교 터는 오래된 벛나무들 힘겹게 꽃비를 뿌리고 있다. 아이들이 뛰어 놀았을 운동장은 풀밭이 되었고, 입구에는 신암분교의 이력을 간단하게 알리는 비석이 서있다. 자전거를 조립하여 나선다.

 

10:50 다시 애미랑재

신암분교에서 애미랑재까지는 대략 3km, 자전거로 21분 걸렸다. 아까 본 버스 뒤편에, 가드레일 너머에 자전거를 안치하고 들머리로 향한다. 들머리까지는 대략 100m 정도로 보인다.

들머리 맞은편에는 영양군 관광안내판이 수풀 속에 서 있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을 것 같다. 차라리 여기서부터 영양 입니다따위의 표지판이 더 인상적이지 않을까 싶다. 낙동정맥 꾼이 아니라면 누가 여기까지 와서 관광안내지도를 살펴 본단 말인가? 주차할 곳도 없는데…….

 

10:56 들머리

들머리 입구에는 리본이 몇 개 달려 있어 길잡이를 해주고, 주변에 잎이 지고 있는 진달래가 두어 그루 있다. 절개지 경사면을 따라 오르는 길에 부실하지만 나무계단이 몇 계단 설치되어 있다. 낙동정맥 산꾼을 위해 배려한 누군가가 있다는 게 새삼 사람 냄새를 느끼게 한다.

능선에 오를 때까지 절개지는 제법 경사를 이루지만, 능선을 따라 가는 산줄기의 경사 또한 제법 녹녹치 않다.

 

11:18 가로로 쓰러진 황장목

매우 큰 소나무가 가로로 쓰러져 산길을 막고 있다. 황장목은 키가 큰 소나무의 일종인데, 껍질을 벗기면 속살이 황금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경북 북부와 강원도 남부지역에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금강소나무 또는 춘양목이라고도 불리는데, 금강소나무는 황장목과 같은 연유로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춘양목은 과거 아픈 일제시대 때 금강소나무를 벌채하여 봉화군 춘양면의 춘양역을 통해 기차로 서울로 실어 나르면서 집을 짓는 사람들로부터 춘양에서 온 나무라고 불렸다고 한다. 봉화 춘양에서 울진 일대까지 삼림은 춘양목 보존지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11:30 작은 봉우리(1km 지점)

능선의 경사를 따라 오른 첫 번째 봉우리인 듯. 능선 좌우 경사면에는 진달래가 피어있는데, 고도가 높아질수록 진달래도 조금씩 많아진다.

 

12:11 참나무

연리지. 連理枝. 뿌리가 다른 나뭇가지가 서로 영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현상. 지금 본 참나무는 멀리서 보면 5그루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밑둥이 모두 붙어 있다. 신기하다. 이런 것도 연리지라고 하는지?

 

12:50 칠보산

산이 깊어질수록 낙엽도 깊어진다.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조심 발을 내디뎌 전진한다. 산정상인듯 트랭글에서 알람이 울린다. 10여미터 올라가니 정상이다. 그런데, 칠보산 표지가 보이지 않는다. 둘러보아도 없다. 바람에 떨어져나갔을까 생각하며 다시 10여미터 낙엽을 헤치며 나아가니 삼각점과 표지가 나타난다. 알려진 산이 아니어서 여기가 거긴가 헤메기도 하지만, .희 님의 표지가 있어서 다행이다.

지난달 월간 산 잡지에 준.희 님의 기사가 났다. 동시에 산악회 리본에 대한 기사도 읽었다. 옛날에 길이 뚜렷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리본이나 표지기가 길잡이 역할을 하였는데, 요즘은 웬만큼 알려진 산에는 오히려 공해가 된다고 한다. 플라스틱(나이론) 재질이어서 썪지도 않고, 가끔은 서낭당처럼 지나치게 많이 달려 있어 보기 흉한 곳도 많다고 한다. 이래나 저래나 정맥길처럼 낯선 산길에서 만나는 리본은 반갑기만 하다. 이번 구간에는 리본이 (내 기준에는) 아주 적당한 거리마다 걸려있어서 길을 헤매지 않고 쉽게 다닐 수 있어서 참 고마웠다.

그리고 이번 산행에서 겪은 이제까지와 다른 경험은, 들머리를 조금 지난 시점부터 능선이나 비탈길을 지날 때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흰색(투명한) 노끈이 있다는 것이다. 누가 왜 이 외진 산길에 나이론 끈을 계속 매달았을까? 시간이 지나 햇빛과 공기에 의해서 산화되어 분해되면 다시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환경에 좋지 않다는데……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노끈은 계속 끊어질 듯 하다가 다시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는데, 낙엽이 너무 깊어 걸음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였다. ! 낙엽이 너무 많이 쌓여 길이 분간되지 않으니까 길을 안내하려고 노끈을 이었구나. 노끈의 역할은 경사면의 좁은 길을 갈 때 역할이 분명했다. 기울기가 가파른 경사면을 지나갈 때 발을 잘못 디디면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가겠다는 생각을 하며 조심조심 걸을 때 노끈이 길 안내 역할을 확실하게 해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매번 한 두 번씩 길을 잘못 들어 헤매는 게 일상인데, 이번에는 그런 수고가 없었다. 안전한 길이 나올 때까지 노끈이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12:58 새신고개

새신고개는 꽤 넓다. 과장하자면 수백 명이 텐트치고 쉴 수 있을 정도다. 낙엽이 두텁게 쌓인 이런 곳에서 리본 하나에 의지해서 땅만 보며 길을 가다 보면 길을 놓치기가 쉽다. 다행히도 노끈이 길게 이어져 있어 그리 따라 간다.

 

13:29 덕산기맥 분기점

작은 봉우리를 지나 계속 걷는다. 조금 지나면 낙엽길은 없어지고 걷기 편한 산길이 이어진다..

 

13:40 황장목

두 아름쯤 되는 큰 황장목이 길 앞에 있다. 고개를 돌려보니 능선길 좌우 전체가 소나무와 참나무가 섞여 있지만 소나무가 조금 더 많다. 한 아름이 넘는 굵은 소나무도 많다.

고목이 된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 이라던 주목도 몇 개 보인다.

 

14:00 십지춘양목

10개의 가지가 하늘로 솟아있는 낙동정맥 칠보산 구간의 랜드마크, 십지춘양목을 만난다. 원래가 한 몸이었는지, 연리지 형태로 몇 개의 나무가 엉켜서 만들어진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모양이 신기하기는 하다.

 

14:27 깃재

깃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오른쪽으로도 길을 있을 테지만, 겉으로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 가파르다. 잠시 숨을 고르는데, 산객 한 분이 신암리 방향에서 올라온다. 나보고 안내 산악회냐고 묻는다. 처음에는 산악회 이름이 안내냐고 묻는 줄 알았다. 나는 단체 산악회라는 표현을 사용하기에 안내 산악회는 낯설었다. 나의 동료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벌써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있더라고 한다. 나는 그 사람들을 잘 모른다고 말하고는, 내려가는 데 오래 걸리냐고 물었다. 금방 간다고 하는데, 비탈길이 많아서 조금 힘들다고 한다.

 

14:47 산철쭉

내려올 때는 처음에 경사진 길을 한참 내려와야 한다. 경사가 급하다 보니 길도 겨우 한 발 폭 밖에 되지 않아 걸음이 매우 조심스럽다. 발을 잘못 디디면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한참을 미끄러져 내려갈 것 같다.

경사진 비탈길이 끝나고는 걷기 편한 흙 길이다. 중간 중간에 키 작은 산철쭉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그 옆에 있던 진달래는 이미 꽃잎이 져서 땅에 떨어져 흙 길을 보라색으로 수 놓았다. 진달래와 철쭉을 비교해보았다. 일단 나무 가지는 두 가지를 사실은 구분하기 어려웠다. 정말 꽃잎과 잎으로 구분하는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철쭉은 잎이 먼저 나고 꽃을 피우기 때문에 신록의 나뭇잎과 화사한 꽃잎이 조화롭게 예쁘다. 진달래는 꽃을 먼저 피우고 그 꽃이 질 때면 잎이 난다. 분홍색 꽃은 져서 바닥에 떨어지면 시들어가면서 짙은 보라색으로 변한다. 꽃이 졌기 때문에 나뭇가지에는 꽃이 없다. 그리고 막 새순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잎도 그리 많지 않다. 꽃이 있던 자리에 꽃 받침이 조금 남아 있다면 그게 진달래다.

 

15:00 산아래

산 아래에서 신암 분교까지도 한참 걷는다. 시내를 따라 걷는 길 가는 과수원을 추정되는 밭이 있고, 사람들이 몇 몇 나와서 일을 하고 있다. 반대편 개울 건너에는 산 벚꽃이, 산 사과 꽃이, 산 봉숭아(산복사)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다.

 

15:11 수비초등학교 신암분교

짐을 정리하며 이번 산행을 마친다. 애미랑재로 가서 자전거를 회수하고 집으로 향한다. 다음 산행의 날머리인 한티재를 답사하려고 했는데, 확인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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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첫 봉우리인듯. 아직 비탈길 좌우로 진달래가 제법 많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가 보다. 하긴 노고단에는 지금(4/28) 진달래가 한창이라던데

 

산철쭉. 연분홍 빛이고, 잎인 다 났다.

 

깃재 표지기

 

비탈길과 낙엽길에서 길잡이가 되어준 흰색 노끈

 

애미랑재 들머리

 

사과나무라고 하던데....

 

10지 황장목 또는 10지 금강송, 10지 춘양목 다 같은 말이다.

 

산마루

 

옷을 다 벗고 고목이 된 소나무 앞에 진달래가 이채롭다

 

칠보산. 칠보산 구간은 참나무가 많아서 낙엽도 많다.

 

덕산지맥 분기점

 

새신고개

 

신기한 모양의 큰 소나무들

 

산복숭아꽃

 

신암분교

 

산벚꽃

 

에미랑재에 세워둔 자전거

 

오늘의 산행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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