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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친구/긴 글 짧은 생각

가려진 세계를 넘어

by seetop 2022. 3. 20.

2022_11 가려진 세계를 넘어 : 우리는 계속해서 말할 것이다 / 박지현 이야기 / 채세린 글 / 장상미 옮김 / 슬로비 / 2021년 07월 8일 / 2022.3.19

 

  이 책은 한국어로 말하는 한 여인의 말을 한국어로 말하는 또 다른 한 여인이 인터뷰하여 정리하고, 프랑스어로 출간된 책을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한국에서 번역 출간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보통 다른 외국어로 번역된 것을 다시 번역하게 되면 표현이 바뀌거나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스페인어로 지은 소설을 영어로 번역한 것을 일본인 번역가가 옮겨 쓰고, 그것을 다시 우리나라말로 옮겨 쓴 외국 명저들이 많았는데, 그런 책들을 읽다 보면 가끔 어리둥절한 부분을 만나는 경우가 있었다. 각각의 언어에는 고유한 특질이 있어서 다른 나라에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있게 마련인데, 그런 말들이 두 번 또는 세 번의 번역 과정을 거치다 보면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 책에서도 우리나라 말 중 정(情)을 그런 경우로 소개하고 있다.
   한국어로 말하고 옮겨쓴 인터뷰 기록이 한글이 아닌 프랑스어로 먼저 출간되고, 그것이 다시 영어로 번역 출간되고, 시간이 지나서 이제 한글로 번역 출간되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그러면 이 책이 목적하는 첫 번째 독자는 프랑스인인가? 영국인인가? 한국인인가? 모호하다. 이런 궁금증을 갖고 책 읽기에 접근한다. 제목에서 말하는 가려진 세계라는 힌트가 있긴 하지만, 그 세계가 내면의 것인지 외면의 것인지, 국제적인 것인지, 관념적인 것인지, 혹은 추상적인지 구체적인지는 첫 페이지를 열면 알 수 있었다. 아! 그래서 번역 제목을 이렇게 지었고, 그래서 프랑스어로, 프랑스어 권 사람들을 독자로 삼아서 출간했구나 하고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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