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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친구/긴 글 짧은 생각

너는 나의 시절이다

by seetop 2022. 5. 4.

2022_13 너는 나의 시절이다 / 정지우 / 포르체 / 2021 05 20 / 2022.04.30

 

  어린 아이를 통해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젊은 아빠의 행복 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글을 통해 마치 마른 나무가 봄비에 새순을 피우듯 수십 년 전의 기억들이 조금씩 되살아나며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라고 여러 번을 되뇌었다. 다시 30대 초반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엉금엉금 기는 아이들의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다시 그녀 앞에서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며 얼굴을 붉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결코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살아가는 이 순간을 행복한 시간으로 만드는 게 가장 합리적일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는 소파 한쪽에 비스듬히 앉아 뜨개질로 수세미를 만들고, 그 옆에서 나는 졸다가 말다가 하면서 수필 한 편을 읽는 게 행복한 오후다. 가끔은 정치 이야기도 하면서, 가끔은 아이들 생활비 이야기도 하면서 그렇게 하루는 저문다.

사랑과 행복이 같은 말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사랑이 곧 행복인 것 같다. 아이를 사랑하고, 아내를 사랑하고, 아이의 웃음을 아이의 잠든 모습을, 그런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는 나를 사랑하고, 그런 순간 순간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서 행복의 두께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늦은 퇴근 후에 찌든 땀내를 풍기며 아이의 방에 들어가 요람에서 쌔근쌔근 잠들어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하루 종일 누적된 피로가 가시는 느낌에 행복을 경험하곤 했다. 아이가 걷다가 넘어지면서 스스로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때 나와 눈이 마주치면 엎드린 채 깔깔 웃던 모습이 새삼스럽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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