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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아! 설악

2006.05.23(화) 비선대→마등령→오세암→수렴동

by seetop 2006. 6. 17.

2006.05.23(화)

 

05:35

평소보다 일찍 기상한다.

누가 일부러 깨우지도 않았는데 낯선 곳이어서 그런지 일찍 잠이 깬다. 자리에서 일어나려 머리를 드니 또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이거 큰일이다. 산행하다가 균형을 잃어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큰일인데 하는 걱정이 앞선다.

 

06:35

대부분의 사람들이 6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일부는 세면하고, 일부는 버너에 불 지피고, 일부는 국 끓이고.

 

07:21

이른 아침을 먹고 서둘러 정리를 끝내고 기다린다. 원래 8시부터 산행을 시작하려 했으나, 모두 조급증이 있는지, 7시가 되기 전부터 대기를 하고 있다.

 

08:00

일찍부터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결국 시간이 되어서야 출발을 신호 한다. 다리 건너서 오른쪽으로 가야 합니다.수려한 경치를 감상하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날씨는 어제의 우려와는 달리 더할 나위 없이 산행하기에 적당했다. 적당한 기온과 적당한 바람과 적당한 햇살. 산에서는 산에 사는 사람의 경험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08:25

금강굴로 가는 길은 굉장히 가파르다. 저 앞서 가시는 보살님은 고무신 걸음으로 사뿐사뿐 가볍게 올라가시는데, 우리는 무거운 배낭을 져서 그런지 한걸음 한걸음이 힘겹기만 하다. 한참을 따라 올라가다 힘이 부쳐 5분간 휴식을 하기로 한다. 겨우 25분 산행을 하고서는 힘에 겨워 휴식을 청한다. 지리산 산행에서는 4시간 이상을 쉬지 않고 걸었는데, 여기 설악은 짐도 짐이지만, 산세가 지리산에 비해 굉장히 험하다.

 

08:45

헉헉 가쁜 숨을 몰아 쉬고서 돌계단에 앉아 쉬다 보니 어느새 20분이 지난다. 서둘러 움직이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지라 더 늑장부리기 전에 일어나서 출발한다.

 

08:55

돌계단을 하염없이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겨우 10분이 지났을 무렵 돌계단인지, 바위틈인지, 분간을 할 수 없어 안내원이 올 때까지 또 휴식이다. 잠시 쉬었다가 어느쪽으로 올라가더라도 한길 밖에 없다는 안내원의 말을 듣고 바위를 기어 오른다. 여기까지 거의 네발로 산행을 했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09:01

비선대 0.7km, 마등령 2.5km

표지판이 알려주는 것은 1시간동안 겨우 700m밖에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09:14

겨우 바위틈을 기어올라 약간의 공간이 확보되자 또 휴식을 청한다. 길섶에 앉아 마주보이는 산세는 장관이다. 이렇게 수려한 경치를 설악이 아니면 어떻게 볼 수 있으랴. 설악은 설악대로, 지리는 지리대로의 멋이 있으니 농담 삼아 하는 말은 지리는 지리하게 가는 산이고 설악은 악 악 소리내며 가는 산이다라고 한다. 지리산에서는 시간당 3~4km는 움직이는데, 여기서는 겨우 700m다. 악 소리 낼 만하다. 09:20 출발

 

09:53 휴식, 10:00 출발

 

10:30 휴식, 10:45 출발

 

11:25

마등령 정상 도착.

30분 움직이고 10~20분 휴식 하기를 몇 차례 한 후에 겨우 마등령 정산에 도착한다. 길 안내판을 봐도 도저히 방향 구분이 되지 않는다. 10여분 기다린 후에 안내원이 후미의 인원을 인솔하고 나타난다. 저 멀리 그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 사이로 공룡능선이 있다고 하는데, 도대체 분간이 되지 않는다.

100m정도 더 가 내려가니 넓은 공터가 나와 거기서 점심을 먹는다. 점심 메뉴는 라면과 인스턴트 함박스테이크다. 회원들 일부는 준비해온 비닐봉투를 들고 물 뜨러 내려간다. 옛날에는 물통을 가지고 다녔을 것이다. 얼마나 많이 간편해졌는지. 물을 끓이고, 라면을 끓이고, 또 다른 냄비에는 인스턴트 함박스테이크를 데운다. 설거지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라면봉지를 컵 모양으로 접어서 라면을 덜어먹는다.

 

12:50

식사를 마치고, 선선한 바람 속에 휴식을 취한다. 일부는 낮잠을 청하기도 하고, 일부는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사직도 찍는다. 우리가 식사하던 옆에는 비박을 한 산 꾼이 어제 저녁에 내린 비로 젖은 옷가지를 말리고 있다. 그는 대피소에서는 잠을 자지 않고 오로지 텐트 또는 비박을 한다고 한다. 산 꾼 중에는 한 두어달 또는 서너 달 아르바이트 해서 돈을 벌어서 그 돈을 가지고 한두 달 산에서 지내는 생활을 반복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철학과 인생관이 분명하게 있으리라. 나도 그런 소망을 가진 적이 있긴 하지만, 결국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13:40

이런 저런 상념에 젖어 있자니 출발 신호가 떨어진다.

 

14:15

에너지를 보충하고 기운차게 발걸음을 옮긴 것도 잠시. 겨우 30여분 산행을 하고 또 휴식이다. 설악에서는 30분 이상의 산행은 무리인가 보다. 10분 정도 쉬고 다시 출발한다.

 

14:50

오전에는 능선을 타고, 오후에는 계속 숲길이다. 내리막을 한참 내려가니 갈림길 표지판과 함께 사찰이 나타난다. 왼쪽 길은 봉정암, 사찰로 난 오른쪽 길은 오세암이다. 오세암은 각종 전설이 있는 유서 깊은 암자이긴 하지만, 몇 차례 소실되어 근년에 증축하였다고 한다.

유서 깊은 오세암을 병풍처럼 둘러싼 기암괴석의 산자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이동한다.

 

오세암에서 나가는 길은 작은 고개를 하나 넘어야 한다. 마치 오세암을 바깥에서 오는 사람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인 양 오세암은 가파른 고개 너머 숨겨져 있다. 고개를 내려와서 왼쪽 샛길로 빠져들어 수렴동으로 향한다. 수렴동으로 향하는 길은 인적이 드문길이어서 그런지 원시림이 잘 보존되어 있다.

 

15:40

30여분간의 산행 후에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서 정지했는데, 후미를 따라오던 안내원은 그냥 지나쳐 간다. 무슨 일인가 궁금해 하며 모두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따르는데, 5분 정도 더 내려가니 계곡이 나온다. 계곡에서 다시 짐을 내려놓고 맑은 물에 세수하며 더위를 식히는데, 계곡너머 오래된 산장이 보인다. 수렴산장이다.

짐을 다시 산장에 풀어 놓고 휴식을 취한다. 일부는 곤한 낮잠을 청하기도 하고, 일부는 깊은 계곡에서 목욕을 즐기기도 한다. 일찍 간단히 세면을 마친 동료들은 저녁을 짓는다. 그렇게 2일차 산행은 마무리 되어간다.

 

둘째 날 산행거리 : 6.9km, 누적산행거리 : 9.9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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