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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오름은 내림을 위함

마이산 (2013.04.21)

by seetop 2013. 4. 22.

 

마이산 (2013. 4. 21)

 

말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마이산馬耳山이라고 한단다.

 

예전에, 주말에 무슨 특별한 일이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동네 등산 동호회에 가입한

적이 있었다. 그러고 나서 몇 번의 산행 안내 문자를 받기는 하였는데, 그다지 끌리는 곳이 없었다. 그러다가 4월 정기 산행은 마이산으로 간다고 해서 참가 신청을 했다마이산은 혼자 가기에는 거리상으로 조금 멀어서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되었다 싶었다. 일전에 얻은 텃밭 터를 주말에 가꾸어야 하는 숙제도 가지고 있지만, 산행 신청이 먼저라서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산행을 가기로 생각을 굳혔다.

 

사실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 틈에 섞여서 산행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니, 그 전에 몇

번 있기는 했다. 울산에 있을 때, 태백산과 소백산에 갈 때에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때는 전화로 예약을 하고, 버스에 탑승해서 현금을 내거나 미리 계좌로 송금을 해주는 것은 지금과 다를 바가 없지만, 그 때는 아무도 신경을 써주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산행과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산행에 참가한 사람들이 동호회라는 소속감이 있어서 그런지, 서로가 서로를 챙겨주고, 위해주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단지 부담스러운 게 있다면 내게 보여주는 그들의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건 또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들에게는 내가 새로운 신입회원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럭저럭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런 산행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또 어떤 산에 갈지 모르지만, 내가 끌리는 산이라면 또다시 동참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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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마이산(685m), 전라북도 진안군 진안읍

산행일자 : 2013. 4. 21(), 맑음, 약간 쌀쌀

산행코스 : 남부주차장(들머리) → 금당사 → 고금당 → 전망대(비룡대) → 성황당 → 탑영제 → 탑사 → 은수사 → 천황문 → 북부주차장(날머리), 4.7km, 4시간

 

05:20

 

일요일이지만, 평소처럼, 평소보다 다소 일찍 일어났다. 산행버스는 710분에 도착예정이지만, 아침을 먹고, 세수를 하고, 점심용 김밥을 싸기 위해서는 630분경에는 집에서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어중간하다. 오버트라우저를 겉에 입고, 내피를 말아서 주머니에 넣고, 티를 여름용 마라톤 티를 입었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잘못한 선택이었다. 날씨가 다소 쌀쌀해서 산행 내내 오버트라우저를 입고 있어야 했다. 티를 너무 얇게 입고 있었다. 티를 약간 두껍게 입을걸 하는 생각을 산행 내내 했다.

 

6:30

혼자 버스 타는 곳까지 걸어갈까 어쩔까 하다가 아내에게 태워달라고 심술을 부려본다. 아내는 선뜻 그러자 하며 나선다.

 

우리 집 앞에 있는 김밥 집은 아침에 되어야 문을 연다. 그래서 조금 더 내려가면 새벽에 문을 여는 김밥 집에 가서 김밥을 3줄 산다. 2줄은 내가 가져가고, 1줄은 아내가 가져간다. 속 마음은 맨밥에 김치와 멸치 등을 넣은 도시락을 가져가고 싶었지만, 새벽에 아내에게 그런 일까지 부담지게 하는 게 싫어서 나는 그냥 김밥을 도시락으로 싸 다니는 경우가 많다.

 

김밥 집에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아내와 함께 차 타고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걸어오는데 10, 김밥 줄 서는데 10…..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을 아내가 차를 태워줘서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6:50

그렇지만, 김밥을 싸서 가방에 넣고, 버스 탑승지점에 도착을 하니 버스가 오기까지는

 

아직 25분이나 남았다. 차 안에서 아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같은 회원처럼 보이는 한 사람이 나타난다. 울산바위 님이시다. 곧 정년을 앞에 두신 고참이다. 동호회 산행에도 연륜만큼이나 경험이 많으신 듯 하다. 우리동네로 이사온 지 2개월 정도 되었다고 한다. 직장은 창원에 있고….. 앞으로 동네 수퍼에서 자주 볼 수도 있겠다 싶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또 한 사람이 나타난다. 시루봉 님이시다.

 

07:15

버스가 오고, 올라타고…..

 

07:35

버스는 장유 문화회관, 석봉마을과 국민은행을 돌아서 고속도로로 올라 달린다.

 

10:00

 

한참을 달린 버스는 마이산 남부 주차장 근처에서부터 차가 밀려 거북이걸음으로 올라 간다. 산 들머리는 이제 벚꽃이 만개하여 꽃비가 한창이다.

먼저, 금당사 경내를 관광(?)하기로 한다.

절 입구는 먹거리 장사꾼들로 즐비해있다. 금당사는 왜 그런지 모르지만, 대웅전 지붕이 금색으로 칠해져 있다. 신기했다. 금당사를 지나는 벚꽃 길은 때늦은 꽃놀이 온 상춘객들로 북적인다.

10:45

금당사에서 나와서 다음 코스는 고금당이다. 고금당은 아래에서 보면 바위위에 지은 암자 이다.

거기도 지붕은 금색으로 되어있다. 어떤 유명한 스님이 고금당 밑에 있는 석굴에서 도를 깨우쳐, 그 위에 법당을 지은 것이라고 한다. 고금당에서 내려다 보이는 금당사는 주차장에서부터 계곡 깊은 곳까지 화사한 벚꽃 길이 조성되어 있어 보기에 좋다.

왼편으로 보이는 바위 꼭대기에는 비룡대라고 하는 전망대가 있는데, 그곳 역시 상춘객들이 바글바글하다.

11:30

비룡대에서 전망을 조망하고 내려오니 나봉암이라는 표지석이 있다. 527m.

 이곳 마이산의 바위는 다른 산들과 좀 다르다. 마치 오래된 콘크리이트 처럼, 둥근 돌들이 석회성분을 추정되는 흙(?)으로 된 바위에 박혀(?) 있다. 조금 세게 두들기면 부서질 것 같다.

 

12:00

비룡대를 내려와서 조금 가다가 점심식사를 한다. 나는 딸랑 김밥 2줄인데, 동호회 사람들은 익숙한 듯, 자리를 펴고, 간이 의자를 펴고, 배낭 안에서 점심을 꺼내 한 상을 만든다. 어떤 사람은 홍어

 

전을, 어떤 사람은 팔보채를, 어떤 사람은 채소를 데쳐 양념한 밥을 싸오고, 어떤 사람은 아나고(붕장어)회를, 어떤 사람은…… 등산을 온 건지, 소풍을 온 건지……. 오늘 산행은 소풍 수준이라고 앞서 출발할 때 총무가 말을 하기는 했어도, 난 익숙하지 않은 그들의 점심 식사 문화에 잠시 당황했다. 그래도, 이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어가면서 그들의 얼굴도 다시 한번 차근차근 살펴 볼 수도 있어서 좋았다. 나 홀로 산행을 할 때처럼 김밥만 후다닥 먹고, 먹자마자 일어나서 걷기를 반복한다면, 그들의 얼굴을 자세히 살필 기회가 없었을 테다. 이러면서 사람들을 하나 둘 알아가는 모양이다.

 

12:44

그들과 함께 시끌벅적 점심을 하고 나서 탑영제 방향으로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한참을 가다 트레킹 코스로 좋겠다고 느꼈다. 길도 완만하고, 돌도 그리 많지 않고, 여름이면, 물도 많고 숲도 우거져 상쾌한 기분으로 산책할 수 있을 것 같다.

 

13:00

트레킹이 끝나는 지점에는 유원지처럼 연못이 있고, 벚꽃이 만발이다. 일부 사람들은 연못 근처로 내려가서 마지막 봄기운을 흠뻑 즐긴다. 나는 탑사로 향한다. 탑사로 가는 길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13:10

10분정도 걸어 오르니 드디어 탑사가 눈앞에 나타난다. 구멍이 뻥뻥 뚤린 바위 아래에 많은 돌탑이 반겨 준다. 탑사 입구부터 저 뒤 대웅전 뒤에 있는 큰 돌탑까지 가는 길에는 돌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그 사람들 속에 섞여서 탑사와 돌탑들을 구경한다.

 

 

 

 

 13:25

탑사 경내를 구경하고 나서 나오다 보니 섬진강 발원지라고 적힌 샘이 있다.

 

 

사람들이 많아서 샘물 한 바가지 떠 먹는 것은 포기하고 은수사로 향한다.

은수사는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의 고랑(?)을 오르는 길목에 있다. 오른쪽 바위가 숫마이봉이고, 왼쪽 바위가 암마이봉이라고 한다. 통천문으로 오르는 길은 계단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그래도 사람들이 많아서 부대끼며 걸어야 한다. 

 

고개 정상에는 암마이봉으로 오르는 길이 휴식년제에 따라 통제되어 있어 그냥 가던 방향, 북부주차장 쪽으로 내려간다. 계단길을 조금 길어지면 쉬운길이 없다.

 

14:00

북부 주차장에는 홍삼 축제를 한다고, 노래자랑 비슷한 걸 하고 있다. 표고버섯을 한 상자 사가지고 버스에 탑승한다. 오늘 거리는 짧지만, 그리 짧지 않은 산행을 마쳤다. 이제 집에 가면 되는데….

 

21:00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버스는 14 30분경 출발해서 금산에 있는 홍삼공장으로 갔다. 모두들 잠깐 조는 사이에 약 1시간 동안 버스는 그곳으로 갔고, 공장 구경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버스에서 내려 30여분 정도 있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저녁 먹으러 간단다. 생초에 있는 매운탕 집에서는 매운탕이 아니라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고 결국 6시 반 경에 장유로 출발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버스는 행락객으로 짐작되는 차량들로 막혀서 겨우겨우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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