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친구/긴 글 짧은 생각

시골에서 농사 짓지 않고 사는 법

by seetop 2017. 1. 24.

2017_03_시골에서 농사 짓지 않고 사는 법 : 지리산 자락에 정착한 어느 디자이너의 행복한 귀촌 일기 / 권산 저 / 북하우스20101006 / 2017.01.19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고된 작업임에 틀림없다. 책을 한 권 읽고 나서 적는 글은 그 책에 대한 내용일 수도 있고, 책을 읽을 당시의 감정일 수도 있다. 어쨌든 A4용지 1장의 분량도 안 되는 후기를 적는 것 조차도 집중을 발휘해야 한다. 마음이 평화롭지 않으면 적어가는 글이 두서가 없어지고, 앞서 말한, 책의 내용에 관한 것인지, 작가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그날의 기분을 적는 것인지 무척 애매모호하게 되기도 한다. 오늘이 그렇다. 무엇이 불안한지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도대체 이게, 이게 뭐라고…….


   퇴직하고 나면 촌에 헌 집 하나 구해서 텃밭을 일구며 사는 모습을 자주 그려보았다. 그래서 귀촌/귀농 관련 사이트도 기웃거려 보기도 하였고, 근처에 촌 집을 사서 마치 별장처럼 주말에는 거기에 들어가서 하루 이틀 지내는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 보았다. 그런데, 퇴직하고 나면 힘들어서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텃밭을 일구는 것도 어찌 보면 노동인데, 농사를 한번도 지어보지 않은 사람이 그걸 하겠다고? 요즘같이 추운 날에는 상상만 해도 측은하고 서글퍼진다. 행복해야 할 시골 풍경이 갑자기 서글퍼지는 것이다. 봄날에 상상을 했다면 행복하겠지. 꽃이 피고 텃밭의 과실을 심으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여름에 상상을 했다면 대청마루에 누워서 올려다 보는 밤하늘의 별과 은하수를 상상하고, 가을에는 빨갛게 익은 홍시와 들판의 누렇게 익은 벼를 생각하며 또 행복하겠지. 그런데, 요즘같이 추위가 매서운 시점에는 겨울에 모든 게 서글프고 애처롭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에서 얻은 게 있다면, 귀촌을 하던 귀농을 하던, 시골에 내려가야만 한다면, 해당 지역 공동체를 무시하지 말고, 관계를 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귀촌/귀농에 실패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시처럼 이웃에 무관심하게 지내다가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골사람들은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상당히 폐쇄적이라고 한다. 배타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바꾸어 생각하면, “우리라는 인식을 하게 되면 무한정 우리처럼 대해준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처럼 좋은 말이 어디 있으면, 우리처럼 좋은 관계가 어디 있겠는가? 어디 가든지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책친구 > 긴 글 짧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찰의 힘  (0) 2017.02.11
오십, 마침내 내 삶을 찾다  (0) 2017.02.10
타클라마칸  (0) 2017.01.15
DO 바퀴로 백두대간  (0) 2017.01.02
월든  (0) 2016.12.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