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_18 건축이 바꾼다. / 박인석 저 / 마티 / 2017년 06월 12일 / 2017.07.23.
언어가 생각을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뭐 그 비슷한 말이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하는 대로 말을 하고 생활을 한다고 믿지만, 어떤 학자들은 그 반대라고 주장한다. 즉, 말하는 대로 생각하고 말하는 대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의 언어습관을 중요시하고, 보다 정확한 의미의 전달을 위해서는 보다 정확한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또한 그런 주의다. 비록 아는 게 미천하여 실천이 잘 안된다는 애로가 있기는 하지만, 직장 후배들에게 늘상 강조하는 바이다. 헛갈기기 쉬운 각 단어가 주는 뉘앙스라든가, 틀림과 다름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기도 한다.
저자는 건설과 건축의 차이에 대하여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건설에는 토목과 건축이 있으나 우리나라 행정체계는 언제부터인지 건설 위주로 직제가 짜여 있고, 그 건설의 대부분은 토목 위주였으며, 지금도 그렇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1950년 한국동란 이후에 도로를 비롯한 사회기반 시설과 1970년대부터 시작된 도시의 빈민층을 위한 대량 주택공급사업으로 촉발된 아파트 문화가 체제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어쨌든 정부 및 지방의 기관이 건설, 그 중에서도 토목을 중심으로 기구가 짜여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건축에 대한 관심과 안목이 부족하다는 내용으로 책은 실마리를 풀어낸다.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논지는, 건설(토목)이 아닌 건축을 바탕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해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이런 화두를 던진다. 새로 만드는 도로마다 방음벽을 설치하는 것을 많은 경우에 볼 수 있는데, 그 방음벽은 도시를 자르고, 막고, 시야를 가린다. 굳이 그래야 하는가? 방음벽 대신에 인근의 건물에 방음창을 다는 것을 의무화 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가로막거나 자르는 게 아닌, 이어지는(?) 도시가 되지는 않을까? 최근 설계되는 도심 녹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우리동네 처럼, 넓은 도로가 있으면, 그 옆으로 인도가 있고, 그 옆으로 10여 미터의 녹지 공간이 있고, 그 다음에는 아파트 담이 있고, 그 다음에는 아파트 단지가 있다. 문제는 누가 그 길을 걸어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된다. 그 길을 걸을 일이 없는 것이다. 가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공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즉, 시민들의 보행을 돕기 위해 애써 만든 녹지의 보도가 정작 시민들이 다닐 이유가 없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모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축적인 관점으로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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