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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두 바퀴로 가는 세상

제주 환상 자전거길 1일차(용두암~해월~한림~모슬포~산방산~안덕)

by seetop 2017. 12. 25.

일자 : 2017.12.21(목)

구간 : 제주 환상 자전거길 1일차(용두암-애월-한립-한경-대정-모슬포-안덕)

거리 : 96.58km  (트랭글 기준),

 

12/20(수)

김해공항.

자전거를 미리 포장하여 맡기기로 했다. 승용차로 싣고 가서 차를 주차 해두는 것도 생각해보았는데, 주차비가 평일은 1만원,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에는 1만5천원 한단다. 그래서 4일이면 5만5천원. 만만치 않다. 그래서 갈 때는 자전거를 하루 맡겨 두고, 올 때는 공항에서 집까지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자전거를 가지고 제주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포장을 해야 한다. 가로,세로, 높이의 총 길이 합니 203cm를 넘으면 안된단다. 김해공항수화물 보관소는 국내선 발권소(2층) 왼편 에스컬레이터 아래 있다. 거기에서 포장과 보관을 해준다.

포장비는 2만5천원, 하루 맡기는데 9천원이다. 직원이 아주 능숙한 손놀림으로 쉽게 포장한다. 자전거를 포장하기 위해서는 일단 앞바퀴를 빼야 하고, 조금 큰 자전거는 핸들도 분해해야 한단다. 경우에 따라서는 페달과 안장을 분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단다. 수화물 창구 직원이 척 보면 아는 것 같다. 나는 앞바퀴와 안장을 분해하여 포장했다. 나중에 발권할 때는 자전거는 특수화물로 취급해서 1만원을 수하물 수수료로 더 받는다고 한다.

  

12/21(목)

새벽부터 움직였다. 비행기 시간은 9시 10분인데, 대만으로 여행을 가는 아내와 아이의 비행기 시간이 8시 반이어서 6시 반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단다. 그래서 우리는 5시 50분에 집을 나서 택시를 타고 가서 6시 5분발 공항버스에 탑승했다. 국제선 공항에서 내려, 아내와 아이에게 대만 여행 잘 하고 오라고 인사를 하고, 걸어서 국내선 청사까지 이동한다. 수화물 보관소에서 자전거를 찾아서 발권을 하고 돌아서니 벌써 8시다. 발권하면서 예상한 바와 같이 특수 수하물 수수료 1만원을 추가로 지불했다.

 

시간이 좀 남아서, 책을 한권 사고, 아침을 사 먹고, 탑승 대기장으로 이동한다. 가방안에 펌프가 x레이를 통과하면서 지적을 받아서 보여주었다. 밧데리류를 비롯하여 흉기가 될 만한 것들은 미리 한다.

 

제주공항에 내려서 화물을 찾는 곳에서 기다리니까 항공사 직원이 자전거를 따로 가져다 준다. 1만원이 귀빈 대접을 해주는 것인가 보다. 카트에 실은 자전거를 대합실로 밀고 나오면서, 어디에서 자전거를 다시 조립해야 하는가 고민하고 있는데, 친절하게도 자전거조립장 위치를 알리는 표식이 보인다. 화살표를 따라 가니, 수화물 보관소 근처의 에스컬레이터 아래에 구획을 지어놓았다. 자전거를 재 조립하고, 복장을 갖추어서 건물 밖으로 나왔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일단 용두암을 찾아가기로 한다.  


 중간에 그림자로 잘 보이지는 않는데, 용머리 형상의 검은색 바위가 있다. 용두암은 신혼여행 때 택시 가이드가 안내해서 와 보았던 곳이다.

  

 첫번째 인증소가 있는 다람쉼터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햇살 좋고, 바다도 푸르고, 멋있다. 같은 바다라도 부산에서 보는 남해, 동해에서 본 동해와 또 다른 느낌이다. 바다 색깔도 그렇고,...... 오기를 잘 했다.

    

 부지런히 자전거만 타고 가다가 경치가 좋은 곳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는 했는데,  정작 지명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핸드폰 사진찍기 설정에서 위치 인식 기능을 꺼두었던 것이다. 여기는 금능 해수욕장인 듯.... 바다 색깔이 예쁘고, 올레길도 연결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해수욕장 이름이 내가 좋아했던 사과 품종인 능금과 비슷해서 겨우 기억해냈다.

  

 멀리 풍차가 보여서 따라 가다보니 월령 백련초 선인장 자생지가 나타나고, 풍차와 가까워 보이길래 자전거 길을 약간 벗어나 항구로 들어왔다. 바다는 여전히 비치색을 띠고 있다.

   

 해거름공원 인증소에서 보이는 풍차 행렬. 어느듯 해는 뉘엿뉘엿 기울고 있고, 바다는 검푸른 색으로 변해가고, 햇살은 파도위에서 찬란하게 부서진다.

       

 곧 해가 넘어갈 것 같다. 불안감이 스믈스믈 솟아 오른다. 송악산 인증소는 언제 나타날 것인지....

    

 결국 해가 떨어지고, 전조등을 켜고서 겨우 송악산 인증센터에 도착 했다. 여기서 15km 정도를 더 가야 숙소다. 흔들리는 전조등 수리하고 후미등의 밧데리를 교체하고, 숙소에 도착하니 벌써 8시가 넘는다. 해가 저물면 속도를 내지 못한다.

   

 

1일차. 97km, 9시간 40분. 당초 계획보다 15km 더 걸렸다.

  

그 이유는, 숙소를 정할 때, 과거에는 주소가 동별로 되어 있어서 위치를 가늠하기 어렵지 않았는데, 최근 통합/광역시와 같이 자치단체가 광역화 되고, 주소가 도로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숙소의 위치가 중문(안덕)인지, 모슬포(대정)인지 알 수가 없다. 모두 서귀포 시로 나오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은... 어쩌면 제주도는 단 2개의 광역자치단체만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그리고 길을 자주 놓쳤다. 파란색으로 길을 따라 안내선을 표식하고, 거의 500m 간격으로 이정표를 세워두기는 하였지만, 나는 주로 횡단보도에서 길을 자주 놓쳤다. 과연 길 바닥에 식별표시를 한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가 보기는 하였을까 하는 의문마저 생겼다. 제주의 자전거길 따라 있는 환제주일주도로에 있는 4거리의 횡단보도는 인도섬을 만들어서 횡단보도가 좀 안쪽으로 나 있는데, 주로 거기에서 길을 자주 놓쳤다. 왜 그렇게 했을까? 안내선을 그리는 사람이 너무 친절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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