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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오름은 내림을 위함

바래봉(20220521)

by seetop 2022. 5. 24.

2022-11_지리산 바래봉 – 2022.05.21

 

항상 가고 싶은 곳이 산이고 숲길이어서 종주 산행을 좋아하는 편이다. 우거진 숲 속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무념무상의 상태에 들어왔음을 느낄 때가 있다. 내가 산에 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매번 산에 갈 때마다 그런 기분을 느끼는 건 아니다. 사람들이 북적하고 소음이 있는 곳에서는 이런 느낌을 갖기가 쉽지 않다. 혼자서 고즈넉한 숲 속을 약간은 거친 숨을 쉬면서 걸을 때는 걷는 것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그 시간이 찰나일 수도 있고, 가끔은 수십 분이 될 수도 있다. 고즈넉한 숲을 즐기려면 사람이 드문 곳이어야 하는데, 종주산행을 하다 보면 그런 시점과 지점이 만나는 곳이 많다.

 

바래봉도 매년 철쭉제를 한다. 올해도 한 것 같다. 바래봉으로 오르는 임도는 수백 미터가 좌우로 철쭉 군락이다. 꽃피는 시기에 왔으면 더욱 좋았을 듯하다.정령치로 갈라지는 바래봉 삼거리까지는 약 4km는 잘 포장되어있다. 이렇게 잘 포장된 된 길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임도를 잘 정비한 수준이 아니다. 때로는 화강암으로 때로는 시멘트 구조물로, 때로는 블록으로 포장되어 있다. 정령치로 가는 길목의 팔량치 또한 바래봉의 철쭉 군락지 못지않게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다. 바래봉 삼거리에서 정령치로 가는 길은 조용하고 인적이 드물었다. 가끔 단체 산객들이 우루루 지나가기는 했지만, 숲의 정기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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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자: 2022.05.21(토), 맑음

산행코스운봉 허브밸리 주차장 바래봉 – 팔량치 세걸산 고리봉 정령치

산행거리: 16.1km (트랭글 기준)

산행시간: 6시간 33평속 2.5km/h, 누적 고도 1,150m

주차비: 13,000(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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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9 편의점

편의점에 들러 이온음료를 구매한다. 2+1 행사 중이어서 3개를 사서 차에 싣는다. 서두른다고 했는데도 역시 출발시간은 원래 계획보다 많이 늦었다. 아침은 현지에서 어찌 해결하기로 하고 고속도로 진입구를 향해 전진한다.

 

다음 계획은 휴게소에 들러 아침을 해결하는 것이었으나, 휴게소 구내식당이 문을 여는 시간이 9시는 되어야 하는지, 매점 입구가 닫혀있다. 하는 수 없이 그냥 출발한다.

 

08:22 정령치

정령치 주차장은 그리 크지 않다. 멀리 지리산 천왕봉으로 짐작되는 산줄기가 또렷하다. 배가 고프다.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해결할까 하다가 운봉으로 가보기로 한다. 나름 관광지라서 근처에 식당 상가가 형성되어있으리라 짐작했다.

 

08:44

정령치에서 사진을 몇 장 찍고 나서 자전거를 차에서 꺼내 조립한다. 바람막이 못을 입고, 헬멧을 쓰고 꼬불꼬불한 고개를 내려간다. 자전거 브레이크 소음이 심상치 않다. 소리가 커질 때마다 잠시 세웠다가 가기를 반복하며 급경사를 내려온다. 브레이크가 열을 받아서 소리를 냈던 거 같다. 거의 평지쯤에 와서는 소리가 나지 않아 최대한 달릴 수 있는 속도로 달렸다.

 

09:43 지리산 허브밸리 주차장

자전거를 적당한 곳에 묶어 놓고 네이버 지도를 살펴 식당을 찾아보는데, 2군데가 검색된다. 그 중 한 곳으로 가서 식사를 주문하니, 아직 이른 시간이라 김치찌개만 된다고 한다.

 

10:29 탐방 안내소

밥을 두 공기 비우고 산행을 시작한다. 들머리에서 아주머니들이 산나물과 버섯을 팔고 있다. 이따 복귀할 때 버섯을 좀 사가야겠다고 생각했다. 5분 정도 걸으니 탐방안내소에는 내일(5/22)까지 철쭉제 행사 기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그래서 그런지 입구에는 시골 축제 장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만물상들이 한쪽으로 천막을 치고 영업을 하고 있다.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노점상을 뒤로하고 포장도로를 오른다.

포장이 끝나 비포장으로 길이 바뀌는 지점부터 해서 좌우 비탈은 온통 철쭉으로 가득하다. 꽃은 이미 졌지만, 한 때는 장관이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꽃피는 계절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른다.

2km 정도 왔을 거라고 짐작되는 지점부터는 길이 다시 포장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 등산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콘크리트 포장이 아닌, 석재료를 이용하여 포장했다는 게 조금은 특이했다. 일부 구간은 주차장 바닥으로 주로 활용하는 콘크리트 구조물로, 일부 구간은 화강암을 넓게 잘라서 또 일부 구간은 블록을 사용하여 포장되어 있다. 땅이 질거나 울퉁불퉁하지 않아 연세가 많으신 분들도 덜 힘들게 다닐 수 있게 되어 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경사도 급해진다.

 

11:45 이정표(← 용산 주차장 3.2km, →바래봉 1.6km, 정령치 9.8km)

거의 다 올라온 듯했지만 바래봉까지 제법 많이 남았다. 고도가 높아지니까 아직 지지 않은 철쭉이 꽃잎이 말라 가는 상태이지만 제법 많이 피어 있다.

 

12:19 바래봉(1,165m) (← 정령치 9.4km, 용산주차장 4.8km, 월평마을 5.0km)

바래봉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등산로 주변은 잘 다듬어진 목초지와 인공으로 심은 듯한 침엽수의 그늘이 보기 좋다. 사람들은 나무 그늘 아래 목초지에서 쉬거나 간식을 먹고 있다. 간혹 철쭉 무리도 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데크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정상에는 정상석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나도 무리 틈에 끼어 한참을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고 내려선다. 멀리 왼쪽으로는 천왕봉으로, 오른쪽으로는 노고단과 성삼재로 이어지는 지리산의 산줄기가 또렷하다. 잠시 바람을 쏘이며 쉬었다가 정령치를 향해서 걸음을 옮긴다.

 

12:40 바래봉 삼거리(← 바래봉 0.6km, →용산주차장 4.2km, ↑정령치 8.8km, 산철쭉 군락지 0.9km)

방향을 틀어 정령치로 향한다. 등산길은 고운 흙길에 가끔 야자매트가 깔려 있다. 완만한 언덕은 좌우로 철쭉을 울타리 삼아 오르락내리락한다. 야트막한 야산을 돌아 가면 군데군데 철쭉을 심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옛날 목장을 운영하던 목초지에 외래종 식물이 있었는데, 자연을 복원하기 위하여 철쭉을 심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때 생긴 의문, 왜 철쭉일까? 여기 새로 막 심은 거는 산철쭉이 아닌 영산홍은 아닐까? 어딘가에서 읽은 내용은, 자연은 그대로 놔둘 때 가장 빨리 회복한다고 했다. 영산홍은 개량종이어서 산철쭉과는 다른데, 산철쭉이면 더 좋겠는데, 뭐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길을 걷는다.

 

12:57 팔량치(989m) (←팔량마을 2.0km, ↓바래봉 1.5km ↑정령치 7.9km)

나무데크가 나타나고, 이정표에 팔량치라 적혀있다. 몇 걸음 더 내 디뎌 나아가면 온 사방이 철쭉이다. 철쭉은 팔량치가 절정인듯하다. 꽃이 이미 다 져서 아쉽기만 하다. 여기가 산철쭉 군락지인듯하다.

 

13:14 (←정령치 7.1km, →바래봉 2.3km, ↑산덕임도 0.58km)

팔량치를 지나면 다시 완만한 언덕들이 있는 습지를 지난다. 산 정상에 습지가 이렇게 넓게 분포되어 있다는 거는 생각해보면 놀랄 일이다. 습지 사이로 꼬불꼬불한 길을 지나 약간의 오르막을 지나면 숲길이 시작된다. 그늘에서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고 있는데, 단체 산객들이 우르르 지나간다. 세동치에서 온다고 한다.

 

14:38 세동치(1,107m) (←바래봉 4.3km, →바래봉 5.1km, ↑전북학생수련원 1.8km)

숲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지나가면, 그 높고 낮음이 길지 않아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가끔 경사로를 오를 때 혹은 내릴 때 흙이 미끄러운 부분이 몇 군데 있다.

 

14:56 세걸산(1,216m) (←정령치 3.8km, →바래봉 5.6)

세걸산 근처는 고지가 높아서인지 아직 철쭉이 제법 남아있다. 철쭉 너머로 성삼재로 짐작되는 산마루 능선이 맑은 하늘 나래 굽이치며 이어져있다.

 

15:34 (←정령치 3.8km, →바래봉 6.6km)

숲길은 고즈넉하고, 새소리 바람소리가 싱그럽다. 잠깐잠깐 나타나는 햇살과 바람을 제외한 어떤 것도 없는 숲길이 약간은 지루할 만큼 이어진다.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가 다시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가끔 거친 바위길이나 두 손을 짚어야 하는 짧지만 어려운 길을 만나면 퍼뜩 정신이 든다.

 

16:02 (←바래봉 7.4km, →정령치2.0km)

거의 다 와간다. 트랭글에서 알려주는 거리와 평균속도에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된 건 여기쯤인 것 같다. 한참이나 구간 속도는 2km/h 내외인데, 평균속도는 여전히 3.5km/h 내외다. 핸드폰을 꺼내 살펴보니 지나온 경로에 빨간 줄이 제법 있다. GPS를 놓친 지점들이다. 언제부터인가 산행을 하면 GPS 기록을 남기고, 화면을 갈무리해서 보관한다. 알아주는 사람들은 없지만, 인증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대한 나름의 해결 방식 이리라.

 

16:37 고리봉(1,305m) (←바래봉 8.6km, →정령치 0.8km, ↓고기삼거리 3.2km)

고리봉 정상에도 철쭉이 조금 남아 있다. 멀리 지리산 산자락이 길게 이어져있다.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바위틈을 지나 내려서니 공원관리공단에서 정비한 듯한 길이 나타난다. 데크 길도 있고, 돌계단도 있다. 정령치까지 순식간이라 생각될 만큼 기분 좋은 속도로 내려간다.

 

16:55 정령치(1,172m) (←지리산 37km, 만복대 2km, →백두산 1,363km, 고리봉 0.8km)

정령치에는 도로에 의해서 끊긴 백두대간을 복원한 공사 실적(?)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요지는 흙과 돌을 가져와서 일부러 터널을 만들어 백두대간을 이었다고 치적 하고 있다. 고라니와 오소리 등이 이 터널 위를 지나갈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 건 지나친 염려일까? 그러고 보니 이런 식으로 뚜껑을 덮은 공사를 한 곳이 제법 되는 거 같다. 문경에 있는 이화령도 이런 식으로 해서 복원했다고 하는 건 아닐지….. 갑자기 복원의 정의에 대해서 의문이 생긴다.  

 

정령치 휴게소에서 간식을 먹으려고 데크에 앉았는데, 먼저 오신 분이 말을 건넨다. 인월에서 오냐고 묻는다. 나는 인월이나 운봉이나 같은 행정구역이라 생각했는지 그렇다고 대답했다. 15분 차이로 버스를 놓쳤다고, 다음 버스는 18시에 있다고 한다. 땀이 식어서 추워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나는 간식을 좀 먹고 나서 같이 가자고 했다. 운봉 허브마을에서 인월까지 거리가 좀 되기 때문에 폐를 끼칠 수 없다는 걸 어차피 고속도로를 타려고 하면 인월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에 같이 가자고 했다.

간식을 먹으니까 다리에 경련 발생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 운봉 허브밸리 주차장에 가서 자전거를 차에 싣고 이분을 인월사 입구까지 모셔다 주었다.

이 분도 혼자 산행을 다니시는 분이다. 설악산 종주코스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오색에서 신흥사(설악산 입구) 앞 켄싱턴 호텔까지 왔다 갔다 하는 대리기사가 있는데 25,000원이란다. 택시는 50,000원이고, 거리는 20km 정도 된다고 한다.

좋은 정보를 얻었다. 나중에 설악을 가고자 한다면 유용할 것 같다.

 

오늘도 산행을 하고서는 좋은 일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생면부지의 사람을 차에 태워준 게 선행을 베풀었다는 느낌이 든 것이다. 6시에 버스가 있다고 했으니 겨우 30여분 시간을 단축한 것이겠지만, 나는 나름 뿌듯한 마무리였다.

탐방안내소의 철쭉제 현수막

 

 

바래봉 정상석 옆의 이정표

 

바래봉 삼거리 근처의 마지막 철쭉들

 

바래봉에서 조망한 정령치, 성삼재 방향

 

왼쪽 끝으로 천왕봉이 보인다. 가운데 높은 산이 반야봉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왼쪽 크트머리에 천왕봉이 있다

 

바래봉 삼거리. 바래봉과 정령치 갈림길이다

 

바래봉 정상석으로 오르는 나무계단

 

 

팔량치를 지나 정령치로 가는 산줄기

 

팔량치

 

뒤돌아 본 팔량치. 아직 철쭉이 조금 남아 있다.

 

 

 

 

 

 

 

 

 

고리봉에서 정령치 주차장이 희미하게 보인다

 

 

 

 

중간에 gps가 끊긴듯, GPS가 끊긴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거리는 속도가 빠른게 계산되었다

 

자전거를 타고 움직인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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