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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오름은 내림을 위함

구병산(20220618)

by seetop 2022. 6. 25.

2022-13_구병산 – 2022.06.18

산 이름이 이렇게 외워지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산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잠깐 머뭇거렸다. 구봉산, 칠불봉 등 비슷한 이름의 산 때문에 헷갈렸을 수도 있겠다 싶다. 정상석에 “충북알프스”라고 적혀있기 때문에 영남알프스 말고도 충북알프스가 있구나 생각했다. 그렇다면 거의 모든 지역에는 알프스라고 부르는 곳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호남알프스, 강원알프스, 경기알프스 이런 식으로……. 등산지도를 찾아 보면 들머리는 구병리와 적암리 양쪽에서 올라 갈 수 있다. 그러나 산행 후기에는 적암리에서 등산을 시작하는 게 훨씬 많아 보인다.

적암리 등산로 입구에 주차장은 잘 마련되어 있고, 혼잡하지도 않아 이용하기에는 좋았다. 그러나 화장실 문을 잠가 놓아서 조금 곤란했다. 마침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보니 산행 입구 쪽에 화장실 2곳이 검색되었지만, 오래된 정보였는지, 해당 위치에는 화장실이 없다. 이곳 속리산 하이패스 IC 혹은 적암리 방향에서 산행을 시작할 계획을 세우시는 분이 있다면 화장실이 없다는 거를 염두에 두면 좋겠다.

산행 중에 만난 분과 함께 하산했는데, 목소리나 행동거지 등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나보다 10살 정도는 연배가 많아 보였다. 친구들은 모두 무릎이 아파서 산행을 함께 하지 못해 언젠가부터 혼자 다니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 블랙야크 100대 명산을 알게 되어서 셈을 해보니 그 중 37곳을 이미 다녀왔단다. 그러나 새롭게 도전하기로 한 첫 번째 산이 이곳이라고 한다. 한 10년이면 100대 명산 다 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도전의지를 밝히셨다. 그래요. 우리모두 건강하게 오래 살아요. 좋은 산, 좋은 물 구경 다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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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자: 2022.06.18(토), 맑음
산행코스: 구병산 관광 주차장 – 적암리 – 신선대 – 853봉 – 백운대 – 구병산(정상) - 적암리
산행거리: 9.8km (트랭글 기준)
산행시간: 4시간 32분, 평속 2.2km/h, 누적 고도 742m
주차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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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46 주차장
속리산 휴게소와 연결된 하이패스 IC를 빠져 나오면 바로 주차장이다. 주차장에는 대형 관광버스가 이미 2대나 서 있고, 승용차들이 주차장의 거의 절반 이상을 메우고 있다. 10여명이 모여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승용차는 내 뒤로도 계속 들어오고,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산행을 시작하기도 한다. 주차장에 그늘이 없다. 대충 둘러보다 주차를 하고, 즉석 발열도시락으로 아침을 먹는다. 물이 끓는 동안 신발을 갈아 신고, 가방을 정리한다. 식사를 마치고 화장실을 찾아보니 문이 잠겨있다.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네이버를 검색해보니, 산 들머리에 공중화장실이 2개나 있다고 나온다. 다행이다 했는데, 나중에 실제 그 장소에 가보니 화장실은 사라지고 없었다.

09:17 산행시작
아침을 해결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은 마을을 지나가야 산 입구에 다다른다. 마을회관 근처에 갈림길이 있다. 신선대로 가는 방향과 구병산 정상으로 가는 방향으로 나뉜다. 많은 사람들이 다녔던 신선대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100여미터 갔을까? 네이버 지도에서 화장실이 있다고 알려준 장소에 예전에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등산 통제소(산불예방을 위해 등산객들의 소지품을 검사하던 초소)는 있으나 화장실로 보이는 것은 없었다. 막사나 초소, 가건물도 보이지 않았다. 하긴, 주차장 화장실도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서 잠가 놓았을 텐데, 이 곳에 화장실이 있다면, 동네 주민 중에 누가 관리를 할까 싶다.
초소에서 몇 걸음 더 오르니 철학관 안내판이 나온다. 산행을 하는 사람은 왼쪽으로 약간 비껴 있는 흙길로 가야 한다.

09:31 공사중 표지기
밭두렁을 지나 숲으로 들어서는 곳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등산객의 안전을 위하여 계단 설치 공사를 하고 있으니 해당 구간은 통행이 통제 된다는 내용이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오늘도 수십 명이 올라갔는데, 뭔가 우회로가 있든지 방도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걸음을 옮긴다.
숲길에서 갈림길을 두 번 만난다. 첫 번째 갈림길은 이정표가 있어서 구병산 정상과 신선대로 길이 나뉘어짐을 알 수 있고, 두 번째 갈림길은 이정표는 없지만 신선대와 형제봉으로 나뉘어 진다.
신선대까지 가는 거의 절반까지는 잔 돌이 발 밑에서 흔들려 걸음이 불편했다. 기온은 오르고 땀은 차는데 바람마저 없어 제법 힘들었다. 그러다 날등으로 올라서는 순간 바람이 땀을 식혀 시원하게 해주었다. 이후 능선까지 오르는 동안 계속 바람이 왔다 갔다 하고, 나무 그늘이 깊어 시원했다.

10:43 (↓적암리 주차장 2.7km, →형제봉6.4km, ←신선대0.1km)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100여미터 오르니 능선에 다다른다. 신선대는 100여미터 앞에 있다고 한다.

10:48 신선대
신선대에는 아까 주차장에서 준비운동 하고 있던 사람들 이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 간식을 먹고 있다. 음식물 냄새가 거슬린다. 어떤이는 족발에 막걸리를 펼치고 있다. 정상석 사진만 찍고 바로 이동한다. 어떤 사람은 내가 자기네들 일행인 줄 알고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11:02 안부 (←구병산 2.0km, 853봉 0.7km, ┌ 절터 2.0km, 적암리 3.2km, →신선대 0.7km, 형제봉 7.2km)
이정표를 사진에 담고 돌아 보니 구병산 방향으로 가는길에 출입통제 현수막이 있다. 분명 어딘가에 우회로가 있을 것 같은데, 가늠이 되지 않는다. 한참을 서성이다 염치 불구하고 통제선 뒤로 들어간다.
조금 가다 보니 예상했던 대로 계단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작업 하시는 분들에게 양해를 구해 지나간다. 853봉으로 오르는 작은 길들이 우회로에서도 여러 갈래로 보인다.

11:22 (←구병산 0.9km, ↓853봉 0.1km, →형제봉 7.5km)
숲길을 지나 다시 만난 이정표에는 아직 853 봉을 지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나중에 지도를 살펴보니 길은 853봉을 중심 삼아 둥근 호를 그리며 이어진다.
가파른 바위틈을 로프를 잡고 내려서거나 오르기를 몇 번 하고 나니 갈림길에 다다른다.

11:53 (←853봉0.6km, ↓구병리 1.3km, →구병산 0.5km)
잠시 목을 축이고 고개를 돌려보니 중년의 사내가 목에 걸친 카메라를 사용하여 사진을 찍고 있다. 앞으로 이분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하산까지 함께하게 된다. 덕분에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

12:06 백운대 892m
백운대는 구병산 정상 100m정도 남겨 놓은 지점에 왼쪽으로 있는 좁고 짧은 소로를 올라서면 있다. 정상석은 없고, 정사의 바위 위에 여러 사람이 마음을 빌며 쌓아 올린 돌무지가 있다. 그 중 큰 돌 한 개에 누군가 백운대라고 적어놓았다. 전망이 참 좋다.

1220 구병산 876m
정상석 주위에는 키 큰 나무가 없고, 큰 바위가 있어 작열하는 태양에 데워진 공기가 후덥지근하다. 멀리 고속도로가 보이고, 산줄기가 제법 멋있다. 사진 몇 장 찍고 하산 길로 내려선다.

12:27 안부(←853봉1.0km, →구병산0.1km, ↑위성지국2.6km)
백운대와 구병산 사이에 안부에서 이정표를 보며 고민한다. 위성지국이 어디지? 주차장 있는 곳인가? (나중에 지도를 보고 알게 된 건, 위성 지국 앞을 지나서 적암리로 돌아간다) 지도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애초의 계획대로 하산을 시작한다.
한참을 내려가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한 번 넘어진다. 어느새 길은 양쪽으로 매우 큰 바위가 있는 계곡으로 들어선다. 양쪽의 바위는 마치 1개처럼 보인다. 100대 명산으로 뽑은 건 어쩌면 이 계곡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바위 협곡을 지나는 동안 너무 절경인데, 사진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무척 아쉬운 경로다.

13:31 들꽃
계곡을 빠져 나와 마을 뒷길 같은 포장도로로 들어선다. 길가에는 산딸기가 아직 남아있고. 희색 들꽃이 무리를 지어 피어있기도 한다. 노인회관이 가까워지자 길 바닥에는 누군가 운반하다 흘린 듯 오디가 흩어져있다.

13:50 주차장에 도착하여 짐을 정리하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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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바라본 구병산 전경. 바위가 아홉개의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고 해서 구병산이라고 한단다

853봉 주변은 공사중이라고 한다. 우회로가 있지만, 여기에는 우회로에 대한 안내는 없다. 그냥 가지마라고 한다.

날등을 거처 처음으로 올라선 능선이다.

전망좋은 바위에서 내려본 전경 가운데 직선이 청주-상주 고속도로다. 이 도로는 서산 당진에서 출발해서 대전을 거쳐 상주, 영덕으로 이어지는 당진-영덕 고속도로가 정식 명칭인데, 청주에서 당진까지는 아직 연결되어있지 않다. 청주부터는 평택으로 갔다가 당진으로 가야 한다. 아니면 천안에서는 국도를 타든지...

초입의 계곡 모습. 계곡이 아름답기는 한데, 오랜 가뭄으로 물이 없어 아쉽다

신선대. 뒷편에 높이가 기록되어 있으려나....

구병산 가는 능선길에서 뒤돌아보면 바위가 병풍처럼 서 있다.

백운대는 구병산 정상 가기 100m 전에 있다. 정상석을 따로 없고, 돌무지에 누군가 손으로 적어 놓아 백운대임을 알 수 있다.

구병산 정상석 아래 있는 고목. 주목일까? 외롭게 산을 지키는 듯...

구병산에서 진행 방향(서쪽)으로 이어진 산줄기

정상석은 바위 위에 서 있다. 주변은 깨어진 바위 조각이 널부러져 있고, 정상석을 받치고 있는 것 또한 거대한 바위다

오늘의 산행 기록. 하신길은 동행자가 있어 평소보다 다소 천천히 내려왔다.

호랑이 한마리 정도는 살았음직한 바위굴. 계곡 전체가 바위 1개로 이루어진 느낌이다.

하산할 때는 위성지국 방향으로 내려간다. 조금만 내려가면 거대한 바위 계곡으로 시나브로 들어간다.

들꽃 밭. 한 때는 여기에 다른 작물을 재배했을까/

점심으로 먹는 묵밥. 묵은 도토리를 원료로 만들어서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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