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_남산제일봉-2022.05.05
휴무일이지만 회사 분위기가 출근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중요한 문서 작성 건도 중간에 끼어든 긴급 업무 때문에 지연되는 중이었다. 하루 종일 일만 하면 억울하겠다는 생각에 오전에는 근무, 오후에는 산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1시간 걸리는데, 아직 가보지 않은 곳을 골랐다. 가야산 국립공원 내 남산제일봉을 찾았다. 후기도 많은데, 모두가 한결같이 좋았다는 평이었다.
몇 일 전, 러닝 채팅방에 같이 갈 사람이 있는지 글을 올렸고, 한 사람이 같이 갈 수 있다고 해서 동행하게 되었다.
계획은 이러 했다. 황산주차장에서 청량탐방센터까지 0.5H, 정상까지 1H/1.5H, 돼지골탐방센터 1H/2.5H, 가야산소리길로 원점복귀 1H/3.5H. 거리는 12.5km로 3시간 반에 주파하기에 쉬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산행 후기를 올린 블로그를 살펴보면 그리 무리될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실제는 계획보다 1시간정도 더 걸렸다. 아마도 3.5H에 갔다는 그 사람은 속보 또는 약간은 뜀걸음을 한 게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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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자: 2022.05.05(목), 맑음
산행코스: 황산주차장 – 청량탐방센터 – 청량사 – 남산제일봉 – 돼지골탐방센터-(소리길) - 황산주차장
산행거리: 12.6km (트랭글 기준)
산행시간: 4시간 35분, 평속 2.8km/h, 누적 고도 1,079m
주차비: 무료 (황산주차장)
문화재관람료: 3,000원 (청량사 입구, 탐방지원센터 가는 중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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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유가면 사무소
약속 장소에는 같이 갈 일행이 간편한 복장으로 기다리고 있다. 추가로 같이 가고자 한 사람이 없음을 재 확인하고서는 출발한다.
13:30 황산 주차장
백운동 코스를 갈 때에는 국도를 이용하였으나, 이번에는 고속도로로 안내한다. 고령을 지나 차는 팔팔고속도로로 진입한다. 팔판고속도로는 얼마 전에 4차선 확장 및 선형 개량고사를 마쳤다. 도로가 넓어져서 좋다. 광주 민주화 운동 이후에 대통령 직선제로 헌법이 개정되고, 전두환의 친구이자 당시 넘버 2 였던 노태우가 대통령이 되던 시절에, 88 올림픽을 기념하여, 혹은 광주(피해자)와 대구(출신의 두 명의 가해자)가 화해한다는 의미를 담아서 만들어진 졸속의 고속도로였다. 공사 기간도 짧았고, 그 당시에 있던 국도를 개량하여 만든 도로여서 중간에 교차로와 신호등까지 있었던, 요즘에는 보기 드문 형태의 고속도로였다. (물론 다른 어떤 나라에는 고속도로에 신호등과 교차로가 있기도 하다.) High Way를 “고속도로”라고 번역해서 고속도로에는 무조건 고속, no 신호등, no 교차로여야 한다는 선입견이 생겼을 수도 있다. High Way는 High Speed Way 가 아닐 수도 있다. 어쨌든, 88고속도로가 처음 생기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명절에 아버지와 함께 큰 집으로 갈 때, 도로 위에 경운기, 우마차, 오토바이 등이 다니고, 가끔씩 4거리가, 신호등이, 횡단보도가 있어 고속도로인지 국도인지 구분이 안되었던 시절이 생각 났다.
일행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가다 보니 황산 주차장을 막 지나쳐 되돌아 온다.
주차장에는 차들이 많고,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짧은 길목에는 부처님 오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그런지 연등이 많이 걸려있다.
청량사까지는 포장된 도로를 따라 약간은 고된 경사길을 오른다. 좌우 숲과 산은 신록으로 푸르고, 가끔 만나는 그늘이 벌써 반가운 계절이다.
13:54 매표소
문화재 관람료, 인당 3,000원이다.
14:05 청량사, 청량탐방지원센터
청량사 아래 주차장에는 개량 철쭉이 흰색, 붉은색, 보라색, 색색이 피어있어 장관이다. 국림공원은 입산시간 지정제를 운영하는데, 여기 남산제일봉은 가야산 우두봉에 비해서 입산 제한 시간이 1시간 정도는 여유가 있다. 하절기에는 15:00 전에 도착하면 입산할 수 있다. 동절기는 14:00까지 입장 가능하다.
청량탐방센터 게이트(?)를 지나자마자 숲이 우거진다.
숲속에서 부는 바람은 시원하고 싱그럽다. 이런 바람을 느끼며, 이런 숲 향기를 맡으며 약간의 땀을 흘리는 재미에 산에 온다.
15:34 정상
정상으로 가는 길은 나무계단과 철계단, 그리고 바위 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선답자는 대략 1시간만에 입구에서 정상에 이르렀는데, 우리는 30분 늦었다. 계획을 짤 때 약간은 무리겠다 싶었는데, 약간이 아니라 무척 빡빡한 계획이었다. 능선을 올라서면 그 때부터는 바위길이 이어진다. 바위 사이 철계단을 따르다 만나는 풍광이 참 좋다. 등산을 하면서 만나는 좋은 경치도 등산의 매력 중 하나다.
청량탐방센터에서 정상까지는 대략 1시간 반 걸렸다.
잠시 사진 두어장 찍고, 경치를 둘러본 후 돼지골 방향으로 내려선다. 내려가는 길은 바위가 없는 숲 길이다. 길 바닥은 부드러운 흙이고, 나무에서는 향긋한 자연의 기운이 느껴진다.
내려 오는 길도 대략 1시간 반 정도는 걸린 거 같다. 이번 산행에서는 돌이켜보면 불필요하게 말을 많이 한 것 같다. 혼자 다니는 산행에 익숙했는데, 일행이 생기니까, 자꾸 뭔가를 알려주고 싶었는가 보다. 옛날 이야기, 회사 이야기, 그리고는 정치 이야기까지 꺼냈다. 오픈 채팅 방에서 만난 그 친구가 부담을 가졌을 거 같아 괜히 미안해진다.
17:39 소리길
소리길은 해인사 앞을 흐르는 계곡을 따라 조성되어있다. 가끔씩 건너는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계곡이 엄청 깊고, 계곡의 바위와 작은 폭포들이 잘 어우러져 역시 멋진 풍광을 만들어낸다. 계곡의 물 소리는 청아하고, 숲에서 부는 바람은 청량하다. 소리길은 이미 있던 오솔길을 다듬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부러 길을 냈다고 하기에는 길이 숲과 너무 잘 어우러졌고, 인공적인 느낌이 거의 없었다.
소리길을 따라 가다 보면 전망 좋은 곳 혹은 나름 이름과 사연, 전설이 있는 바위가 나타나는 곳에는 어김없이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가끔은 나무에도 이름을 걸어 놓아 소소한 볼거리도 많았다.
17:56 황산 주차장
원점 복귀. 짐을 정리하고, 현풍으로 돌아와 저녁으로 냉면을 먹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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