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_지리산 반야봉 – 2022.06.04
오래 되었지만, 지리산은 여러 번 다녀왔다. 그러나 반야봉에 갔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갔었는지 그렇지 않은지 기억이 확실하지는 않다. 주로 능선 종주를 많이 해서 가보지 않았으리라 추측한다. 원래 기억이라는 거는 형편없는 거니까. 반야봉은 주 능선에서 1km 정도 벗어나 있어서 종주산행 시 들렀다 가기에 조금 부담스럽다. 대략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다 왕복으로 하면 2km, 1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 가보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이번에 갔을 때에도 기억이 중첩되는 부분이 없는 걸로 봐서는 이번이 처음인 게 맞는 거 같다.
반야봉을 가기 위해서 다양하게 코스를 검토 했다. 성삼재에서 왕복하는 코스. 반선(뱀사골)에서 치고 올라와서 왕복하거나 성삼재로 빠지는 코스. 피아골에서 치고 올라와서 왕복하거나 성삼재로 빠지거나 반선으로 빠지는 코스 그리고 각각의 역방향 코스 등을 검토했다. 그러나 역시 긴 산행과 차량 회수를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가장 단순한 코스를 선택했다. 다만 옵션으로 삼도봉을 거쳐서 오기로 했는데, 깜박했다.
지난번 반야봉 – 정령치 구간을 다닐 때, 조금은 무리가 되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일행을 구해서 가고 싶었다. 그래서 달리기 동아리에 공지를 올렸다. 여러 사람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기대하였으나, 결국에는 딱 한 사람만이, 공지 올리자 마자 동참하겠다고 했던 그 한 사람만 함께 다녀왔다. 참고로 이 사람은 꿈이 PCT(Pacific Crest Trail)를 완주하는 거라고 한다. 걸으면서 PCT를 소재로 하여 출간한 책 와일드와 그 책으로 만든 영화 와일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거의 밤을 새우고 새벽부터 움직여서 매우 피곤할 것 같았는데, 생각만큼 심하지 않았다. 꽤 괜찮은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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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자: 2022.06.04(토), 맑음
산행코스: 성삼재 – 노고단 – 노고단고개 – 임걸령 – 반야봉 - 원점회귀
산행거리: 17.8km (트랭글 기준)
산행시간: 7시간 14분, 평속 2.4km/h, 누적 고도 1,146m
주차비: 13,000원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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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20:00 숙소
새벽 1시 20분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러면 1시에는 나서야 하고, 12시 반에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저녁이지만 잠시 눈을 붙여야 한다. 알람을 0:30으로 맞춘 후 방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잠자리에 든다. 마침 오늘은 주변의 소음이 없어 조용하다.
00:00
눈을 뜬다. 다른 사람과의 약속이 있으면 신기하게도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진다. 잠깐 그 상태로 누워있다가, 이대로 계속 누워 있으면 다시 잠들까 싶어 일어나 움직인다.
01:00
분명히 계획보다 30분 일찍 움직였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빠듯하고 바쁘다. 원래 내가 좀 느린가 싶다.
01:20
겨우 시간을 맞춰 약속장소에 도착해서 보니 인기척이 없다. 차에서 내려 두리번거리는데, 어스름한 그림자가 걸어오는 모습이 한 켠에서 보인다. 서로 얼굴을 확인하자 마자 바로 차에 올라 타고 출발한다.
02:34
조요한 고속도로에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새 지리산 IC를 빠져 나온다. IC를 빠져 나와 인월로 들어가는 짧은 국도는 여전히 재포장 공사를 하느라고 길이 복잡하다. 조심해서 지나간다. 인월을 우회하는 도로를 지나 뱀사골 계곡으로 들어선다. 뱀사골로 추정되는 집단 위락지를 지나면 꼬불꼬불한 좁은 산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핸들을 왼쪽을 감았다가 풀자마자 다시 오른쪽으로 감기를 한 없이 되풀이 하는 것 같다. 기어도 자동에서 3단으로, 다시 1단으로, 다시 3단으로 계속 반복한다. 익숙한 길이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지나 직감적으로 중턱 정도에 올랐다 싶을 때 대형버스가 나타난다. 길이 좁아서 때로는 내가, 때로는 상대편 차선의 버스가 서로 지나가는 동안 멈춰서 기다리기를 반복한다. 이 때부터 계속 이어지는 대형버스는 대략 7~8대였던 것 같다. 모두 성삼재에 산객들을 내려주고 다음 산행 종점에가서 기다릴 터이다. 버스 한 대에 30명씩 계산해도 대략 200명 이상이 이 시간에 산행을 시작한다는 계산이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03:30
계획보다 20여분 늦게 성삼재에 들어왔다. 성삼재로 오르는 꼬부랑길은 다른 길 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서둘러 채비를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이 길을 걸어 본지도 벌써 10년은 된 거 같다. 노고단 대피소로 가는 길은 공단에서 물자 운송을 위해서 아주 오래 전에 반 포장으로 다듬어 놓아 아스팔트 위를 걷는다고 할 만큼 걷기 편하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뭇잎 사이로 별이 무수하게 반짝거린다.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시간이 더 있다면 삼발이를 가져와서 별 사진을 찍어보고 싶을 정도다.
04:10 노고단 대피소
노고단 대피소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노고단 고개로 올라오는 샛길에 들어서자마자 라면냄새가 풍기더니 대피소에는 간식인지 조식인지 음식을 조리하거나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로 메어터진다. 앉아서 취식할 곳을 잠시 찾아보다가 그냥 노고단 고개로 가는 길로 올라선다. 너무 오랜만이고, 어두운 밤이어서 그런지 방향을 잠시 헷갈린 시점이 여기부터였다. 긴가 민가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오르는 길을 따라 함께 오른다. 10여분 오르니 하늘이 보인다.
04:24 노고단 고개
일출까지는 대략 40분 정도 남았다. 사람들은 고개에서 더 나아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노고단으로 가는 길목의 초소에 다가가니 입구를 막아 놓았다. 초소 안의 공단직원에게 물어보니 탐방예약을 해야 한다고 한다. 급하게 핸드폰으로 아이디와 비번을 찾기/재등록을 반복하여 겨우 예약을 마친다. 원래 계획은 노고단에서 일출을 기다리면서 아침을 먹을 계획이었다. 그런데, 노고단으로 가는 초소는 5시에(일출까지 10분 남겨놓고) 개방한다고 하고, 고개에 있는 사람들도 무언가를 먹는 사람은 없다. 모두 저 밑에 있는 대피소에서 취식을 하고 올라왔으리라.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하면 간극은 더 벌어지게 된다.
그래도 고개에서 출입 개방을 기다라면서 보는 동쪽 하늘은 그런대로 작품이다. 금성과 수성으로 추정되는 별이 동남쪽에서 빛나 여명이 밝아오는데도 그 빛을 잃지 않는다.
04:54
사람들이 갑자기 줄을 서기 시작하고, 대피소쪽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갑자기 늘어나서 고개 전체가 어수선해진다. 우리도 서둘러 줄을 서고 기다리고 있자니 4시 54분에 출입을 개방한다. 노고단으로 가는 길을 초소에서 정상까지 계속 데크로 만들어져 편하게 빠른 걸음으로 오른다. 노고단으로 가는 주변은 온통 습지로 구성되어있다.
05:19
정상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기다라며 천왕봉과 반야봉이 보이는 동쪽 산능선을 바라보고 있다. 하늘은 벌써 밝았고, 동녂 하늘은 검푸른 색에서 약간 밝은 주황색으로 바뀌어 황홀감을 더하고, 산 그림자와 산 그림자 사이에는 운무가 가득하여 산수화를 보는 것 같다. 기상청의 일출 예상 시간보다 2분이 늦은 05:19에 해는 반야봉 등성이 옆으로 살짝 깜박인다. 천왕봉과 반야봉 같은 높은 산들이 있어 해가 조금 더 늦게 뜨는가 보다. 천왕봉에서 본다면, 앞으로 막고 있는 산이 없어서 기상청 예보 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뜨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일출을 감상한다. 하늘과 산세는 해가 떠오르는 속도에 맞추어서 색들이 함께 변한다. 실로 아름다운 광경이다.
05:30
한참 동안 해돋이를 보다가 길을 재촉한다. 걸음은 데크를 따라 노고단 고개로 다시 내려가고, 반야봉을 향해 숲 길로 들어선다. 몇 걸음을 떼니까 익숙한 느낌이 든다. 자주 왔던 그곳. 친근한 느낌. 지리산을 어머니에 비유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느끼며 걸음은 자연스럽게 예전의 속도를 찾아 빨라진다.
숲을 빠져 나와 등산로에서 살짝 벗어나있는 전망대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06:05 돼지령(←노고단 고개 2.1km, →반야봉 3.4km, 피아골삼거리 0.7km)
06:39 피아골삼거리(←천왕봉 22.7km, →노고단고개 2.8km, ↑피아골대피소 2.0km, 직전마을 6km)
06:46 임걸령
여기를 지날 때 우리를 막 추월한 산객 둘이서 임걸령은 왠지 막걸리가 생각난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꽤 정확한 느낌이다.
07:18 노루목 (↑반야봉 1km, ←노고단고개4.5km, →천왕봉 21km, 삼도봉 1km)
노루목에서는 우리까지 포함해서 총 4개 팀이 쉬고 있고, 벗어 놓은 배낭이 2개가 있다. 누군가는 배낭을 여기에 벗어 놓고 반야봉으로 향했으리라. 10여분 쉬었다가 반야봉으로 향한다.
07:36
오르막을 지나 평지에 접어든지 조금 지나면 고사목 군락이 앞에 나타난다. 아마 주목이리라.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버틴다는 주목. 반야봉으로 가는 길 옆으로 많이 있다. 그리고 아직 철쭉도 조금 남아있다.
07:52 반야봉
반야봉 주변은 철책으로 막아놓아 산행금지구역으로 실수로 넘어가는 사고를 방지하고 있다. 정상석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데, 앞 서 찍던 사람들이 사진 찍기가 끝나지 않는다. 10명 정도 되는 거 같은데, 독사진 찍었다가 단체 사진 찍었다가 하기를 반복한다. 한참을 기다려 어렵게 먼저 찍겠다고 양해를 구하여 한두 장 찍는다. 10여분 쉬면서 주변 풍광을 감상한 후에 하산을 한다. 내려가는 길에 반야봉 삼거리에서 삼도봉에 들렀다 가자며 왼쪽을 방향을 잡는다. 그러나, 주 등산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삼도봉을 까맣게 잊고 다시 오른쪽을 방향을 튼다. 노루목에 도착해서야 삼도봉에 갔다 오려고 하고서는 깜박한 거를 깨닫는다.
10:49 성삼재
부지런히 걸어서 성삼재로 돌아온다. 해가 뜨거워지지 전에 산행을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짐을 정리하고 보니 성산재 휴게소에서 식사거리도 판매를 하고 있다. 그래서 거기서 점심을 먹는다.
11:16
주차장을 빠져나와 뱀이 움틀고 있듯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내려간다. 오늘도 무사히 산행을 마치게 되어 매우 기분이 좋고 감사하다. 노고(老姑)께서 보살펴 주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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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신라시대에 화랑국선(花郞國仙)의 연무도장이 되는 한편, 제단을 만들어 산신제를 지냈던 영봉(靈峰)으로 지리산국립공원의 남서부를 차지한다. 노고단이란 도교(道敎)에서 온 말로, 우리말로는 ‘할미단’이며, ‘할미’는 국모신(國母神)인 서술성모(西述聖母:仙桃聖母)를 일컫는 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노고단 [老姑壇]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선도산성모(仙桃山聖母) 또는 서술산성모(西述山聖母)는 《삼국유사》에 신라의 시조 혁거세 거서간의 생모로 전해 내려오는 인물로, 경주시 선도산의 산신이다. 다른 이름으로 선도성모(仙桃聖母) 또는 사소부인(娑蘇夫人) 등으로도 불린다. 서술(西述)은 이름인 사소(娑蘇)의 다른 표기이다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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