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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오름은 내림을 위함

청화산(20220827)

by seetop 2022. 8. 29.

2022-14 청화산 - 2022.08.27

   여름이 지나갔다. 한 낮에도 폭염이라고는 할 수 없을 만큼 더위가 많이 누그러졌다. 이제 찬바람이 불기 전까지 산행하기 딱 좋은 날씨가 이어질 거라 기대한다. 기회가 되면 단풍과 억새를 만날 수도 있겠지. 어쨌든 이런 저런 기대를 갖고 오랜만에 산행을 갔는데, 너무 이른 아침이어서 그랬는지, 산길은 운무에 갇혀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저 발 아래가 흙인지, 바위인지 살펴 걷기만 했다. 늘재에 떡 버티고 서 있는 백두대간 표지석을 기점으로 왕복 산행에 걸린 시간은 대략 2시간 40여분. 그다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이었지만, 오랜만의 산행이라서 그랬는지, 악화된 건강 탓인지 피로가 이튿날 저녁까지도 가시지 않았다. 이제, 종주산행을 더 이상 할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3시간 산행을 하고 이틀 동안 녹초가 되었으니, 마음을 다른 데로 돌려야 할 시점이 되었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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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자: 2022.08.27(), 맑음
산행코스: 늘재 백두대간 표지석 정상 원점복귀
산행거리: 4.8km (트랭글 기준)
산행시간: 2시간 43, 평속 1.8km/h, 누적 고도 619m
주차비: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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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46 늘재 (→청화산 2.6km)
하마터면 지나칠뻔 했다. 얕은 고갯마루에 진입하기 미터 전에 내비게이션이 안내 종료를 선언한다. 고갯마루라 짐작되는 지점에 차를 세우고 핸드폰 지도를 살펴본다. 어스름한 가운데 백두대간 표지석이 보인다. 제대로 왔구나. 짐을 정리하고 옷을 여미고, 신발을 바꾸어 신고서 산행을 시작한다. 일출 30 전에 산행을 시작하고자 했으나, 날씨가 흐린지 일출시간이 되었는데도 사위는 아직 어둑어둑하다. 산행 초입길에 백두대간 안내판이 있고, 옆으로 있는 숲으로 들어가는 길은 야자매트가 깔려있다. 길은 그다기 험하지 않은 흙길이 이어져 산행이 즐겁다. 아마 만에 걷는 산길이어서 좋았는지 모른다.

 

06:07 이정표(↓늘재 0.8km, →청화산 1.8km)

이정표는 숲길을 오른쪽으로 꺾어가라 알려준다. 이정표는 개인가 개인가 있다가 다음부터는 나타나지 않는다. 편안한 숲길은 계속 이어진다. 다만, 가끔 로프를 타고 오르는 바위길이 서너 군데 나타나서 힘든 구간이 있기는 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안개는 안개비로 바뀌는 촉촉한 물방울이 느껴진다.

 

07:18 정상

정상을 알리는 표지목이 녹색을 입고서 안개 속에서 맞이한다. 정상까지 대략 1시간 30 정도 걸린 같다. 정상석은 자그마한 크기로 바위 무지 위에 다소곳이 앉아있다. 사방은 안개로 1m 앞조차 분간하기 어렵다. 이러다 비라도 내리면 큰일이다. 내려가는 길을 찾는데, 갑자기 헷갈린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가 겨우 길을 잡아낸다.

내려오면서 한번은 엉덩방아를 찧고, 맞은편에서 올라오는 사람을 명과는 가벼운 인사를 하며 지나쳤다.

 

08:28 늘재(원점)

아래가 가까워지니까 안개는 걷히고 파란 하늘이 도드라진다. 아침 일찍 먼산을 보면 나무들이 내뿜은 김이 구름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는 본적이 많다. 오늘 아침 산행을 그런 구름 속을 걸었던 모양이다.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한 때이니 이른 아침의 산행에는 뜻하지 않은 구름 산책도 하게 된다. 늘재에 도착하니 세번째 사람이 산행을 시작하여 내가 왔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등산 시작점의 백두대간 표지석과 안내판
처음 만나는 이정표
누군가는 여기에서 나라를 위해 제례를 지냈을 거 같은데, 독재 시절의 잔재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숲은 구름속을 따라 간다. 이슬 방울인지 빗 방울인지 팔뚝에 물 방울이 느껴진다.
정상석.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사람들에게는 경로 바로 옆에 있어도 발견하기 쉽지 않은 크기와 위치, 색깔이다. 너무 자연스럽다.
정상을 굳건히 알리는 이정표
마침내 드러난 햇살을 뒤로 한 백두대간 표지석. 내려와서 찍은 사진
오늘의 산행
과거, 오늘의 유머라는 사이트에 올라 왔을 법한 가게, 효리네 밥상
특이한 버섯
초롱 모양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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