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_18
일인칭단수 / 무라카미 하루키 저 / 홍은주 역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26일 / 2022.06.09
책은 여러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 잠깐씩 틈 날 때 읽기에 좋았다. 내용도 가볍다. 그의 책 중 “기사단장 죽이기”를 한두 해 전에 읽은 것 같다. 책의 전반에 흐르는 기묘한 분위기는 그 때와 비슷하다. 시공을 초월한 듯 그렇지 않은 듯. 현실감이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다. 뭐라 꼭 집어 이야기 할 수 있다면 내가 평론가의 위치에 올라서겠지만, 형용하기 어려운 느낌이다. 그런데, 재미있다. 쏠쏠하고, 신변잡기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옆집 아저씨에게 어제 일어난 일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사육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육제가 謝肉祭라는 것을 이번에 새삼 알았다(과거 어느 시점에는 알고 있었을 거라는 막연한 추측을 해본다). 글자 그대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날을 감사하며 기리는 제례(祭禮)다. 고기를 먹을 수 있다니? 누가 못 먹게 하기라도 했을까? 맞다. 사육제가 끝나는 날부터 고기를 먹을 수 없어 금욕기간인 사순절(四旬節)에는 고기를 먹을 수 없다. 그래서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에 고기와 술을 마음껏 먹고 즐기는 기간이 사육제인 것이다. 모순인듯 아닌 듯.
책에 대한 느낌을 적는데 갑자기 사육제가 나와서 당황스럽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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