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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친구/긴 글 짧은 생각

작은 땅의 야수들

by seetop 2024. 12. 18.

2024_40 작은 땅의 야수들 / Beasts of a Little Land / 김주혜 / 박소현 역 / 다산책방 / 20230619/ 2024.12.18

어느날 영어회화 모임에서 어떤 분이 이 책을 소개하면서 원서가 필요한 사람 손을 들라 했다. 그래서 무슨 내용인가 싶어 구매하게 되었다. 그분이 추천한 책이 실패한 경우는 없었으니까. 욕심이 나서 원서로도 읽어볼까 생각하는데, 밀린 책들이 많아서,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책의 제목에서 우리나라의 일제 강점기부터 1960년대까지 이어지는 격동의 시간이 떠올랐다. 목차를 보니 짐작하는 바와 같은 시간대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하고서는 살짝 자만심이 발동했다. 소설은 도입부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단서로하여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 또한 그러하다. 한일 합병이 이루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해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 호랑이 사냥을 나선 대한제국의 퇴역 군인과 역시 호랑이 사냥을 나선 일본군 장교가 우연히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배경으로 다양한 주인공들이 생존을 위해서, 대의를 위해서, 명예를 위해서, 야만의 시간들을 버티어 나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생이라는 매 순간 우정과 배신과 사랑의 시간들이 있지만 긴 세월을 놓고 보면 새옹지마, 전화위복의 일들이 무수히 일어나고 사라진다. 마치 위화의 인생을 읽는 느낌이다. 지리적으로 보면 이 작은 한반도에서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때로는 야수처럼 으르렁 거리고, 때로는 초식동물처럼 겁에 질려서 벌벌 떨기도 하도, 때로는 휴머니즘을 발상하는 성인처럼 그렇게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야만의 시대를 관통하여 살아가는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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