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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발로/두 바퀴로 가는 세상

동해안 자전거길 1일차(고성~속초~양양)

by seetop 2018. 2. 23.

일자 : 2018.02.19(월)~02.20(화)

구간 : 동해안 자전거길(고성 통일전망대~양양 지경해수욕장)

거리 : 110.1km  (트랭글 기준), 

이동 : 거진 터미널(2/20, 05:35,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 통일전망대(06:40, 12.6km) - 거진터미널(08:03, 12.4km/25km) - 북천철교(08:36, 6.2km/31.2km) - 식사(11:00) - 봉포해변(11:50, 28.8km/60km) - 연금정(12:22, 5.4km/65.38km) - 동호해변(14:22, 87.48km) - 식사(15:45, 15km/102.5km) - 지경공원(16:42, 6.9km/109.4km) - 숙소(16:49, 0.7km/110.1km)

소요시간 : 11시간 14분


요약 :

1)동해안 자전거길은 동절기에 도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날씨 때문 만은 아니다. 비수기라서 숙식을 해결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해질녘에 들어서게 되는 어촌 마을의 민박집 대부분은 불이 꺼져 있기 일쑤여서 애를 먹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식사의 해결이다. 아침 식사 가능하다고 써붙여 놓고 LED까지 반짝이는 가게 조차도 아침 8시경에는 문을 닫아두었고, 각각의 어촌마을과 해수욕장 주변의 상가에서도 그 흔한 짜장면 집 조차 찾기 힘들었다. 물론 2인 또는 4인 기준으로 차려주는 모듬회 또는 대게 등을 먹을 수 있는 가게는 오후가 되면서 더러 있었다. 그러나 혼자 가는 길에 4~5만원씩하는 요리를 먹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먹는 게 부실하여 거의 굶다시피 한 것 같다.      

2) 자전거길 무인인증소 관리가 대체로 부실하다. 스탬프가 제대로 찍히는 곳이 거의 없었고, 대개는 물을 조금 뿌려서 인증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망상은 아예 스탬프가 없어서 찍을 수가 없었다. 동해안 자전거길을 도전하려는 사람들은 휴대용 스탬프를 반드시 지참할 것을 권장한다.

 

2/19(월)

21:00

부산동부시외버스터미널을 향해 집을 나선다. 강원도 고성군 간성터미널로 가는 차는 표가 많이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느긋하게 있다가, 오후에 혹시나 하여 버스표를 조회하니 앞자리 3석만 남았다는 걸 알았다. 부랴부랴 핸드폰으로 예매를 했다. 하마터면 출발하지 못할 뻔 했다.

  

자전거는 낮에 집에 들어오자마자 근처 자전거방에 가서 간단한 정비를 하고 돌아와서 분해하여 차에 실었다. 앞바퀴를 분해하고 승용차 뒷자리에 싣는 건 이제 익숙하다.

  

22:00 부산동부시외버스터미널

차 시간은 23시다. 그러나 차표를 발권도 해야 하고 간단한 야식도 챙겨먹고, 무엇보다도 부산동부터미널의 구조를 잘 모르는 관계로 안전하게 좀 일찍 도착했다. 차는 전철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왔는데, 역시나 어디가 어딘지 알기 어렵다. 주차장 옆에는 전철 매표 및 개찰구가 있고, 오른쪽으로 길게 이어진 길을 따라가니 고속버스, 시외버스 매표소가 있고, 고속버스 탑승구가 있다. 거기를 지나 한층을 내려가니 시외버스 탑승구가 나타난다. 느낌에 100m는 훨씬 넘는 긴 통로 처럼 생긴 구조다(다음 지도를 이용하여 지하철 역사에서 시외버스 터미널 하차장까지 총 길이가 300m가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의 버스 정류장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내가 타야할 버스의 탑승구를 확인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간성 다음에 거진이라는 곳이 있다. 거진이 간성보다 더 위쪽이란 말인가? 지도를 조횧해보니, 간성 다음에 거진터미널이 있다. 간성과 거진은 약 10km 거리다. 자전거로 1시간 거리다. 빨리 표를 바꿔야 했다.

  

매표소에 가서 표를 바꾸어 달라고 하니, 표는 진작에 매진되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인터넷으로 예약을 계속 시도하고 있어서 자칫 하면 표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수가 있다며 맡겨놓고 갔다가 출발시간 전에 다시 오라고 한다. 예전 같으면 기사분께 사정을 설명하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 될 수도 있었겠지만, 몇해 전 몇백 원 삥땅 사건으로 소송 중인 버스 기사님의 사정을 TV에서 봤던 기억이 있는지라, 매표소 직원에게 맡기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

  

햄버거를 사 먹고, 다시 창구에 오니 고맙게도 매표소 직원이 표를 바꾸어 주었다. 고생하신 매표소 직원에게 고맙다고 했다.

  

23:00

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조금 기다리니 과연 버스는 만석이 되었다. 버스는 포항까지는 바로 가고, 그 이후부터는 몇군데를 들르는데, 서는 정류장 마다 기사분께서 고함을 지르신다. 심야버스라서 승객이 잠을 자고 있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이어폰을 끼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목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단다.

   

2/20(화) 

05:30 거진터미널

내리는 승객은 나 혼자였다. 새벽이라서 그런지 매우 춥다. 자전거를 끌고 근처 편의점에 가니 마침 문이 열렸다. 라면을 한 그릇 사 먹고 채비를 갖춘 다음 출발한다. 한 8시 쯤 기사식당 같은데 가서 뜨끈한 국밥 한그릇이 간절했지만..... 그 시간에 문을 연 식당은 이 날도,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찾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작은 마을에 밤새워 문을 열고 계신 편의점 사장님이 무척 고맙다. 지나온 많은 어촌 마을은 낮에도 문을 열지 않은 편의점, 슈퍼가 많았다.

 

06:40 통일전망대 인증소

어둠을 헤치고 천천히 달려 도착한 통일전망대 인증소에는 이른 아침이라 아무도 없다. 원래는 민통선 안으로 자전거를 타고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10일 전에 예약을 했어야 한단다. 게다가 지금 시간에는 아무도 사무를 보지 않는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되 돌아 오며 일출을 군인들이 순찰하는 철책 너머로 본다.

  

08:46

북천철교 인증소

일제시대 때 지어진 많은 철도 및 도로가 그랬듯이 북천철교도 마찬가지로 물자를 수탈하기 위하여 지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6.25 사변 때 포격에 의해 파괴되어 교각만 흉물로 남아 있다가 몇 해 전에 걷기, 자전거 길로 다시 만들어 졌다고 한다.

   

사실 동해안 자전거 길은 많은 부분이 해파랑길과 함께 한다. 자전거 길을 놓치는 경우에는 해파랑길 리본을 찾으면 된다..

   

11:00 

이 어촌 마을에는 식당이 몇 곳 보인다. 여기를 지나면 다른 식당을 찾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식당 유리게 게제된 메뉴를 보면서 지나친다. 한 식당에 들러 김치째개 백반을 먹고, 핸드폰을 충전한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헬멧을 쓰고 들어올 때는 나를 아주 젊은 사람으로 생각 했는데, 헬멧을 벗으니 그게 아니라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젊게 봐주셔서 고맙다고 하고는 다시 떠난다.

   

11:50 봉포해변 인증소

해변의 자전거길은 데크로 만들어져 있다. 동해의 바다는 제주의 바다와는 또 다른 맛이 있다. 파도가 높고, 거세다. 그리고 수평선은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12:22 연금정 인증소

멋진 정자가 있다는 안내판이 있지만,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관계로 지나치기로 한다.

   

12:39 속초시

오른쪽 멀리 설악산 줄기인지, 울산바위가 어스름하게 보인다.

설악산 국립공원 입구를 지나고

낙산사 입구도 지나친다.

   

14:22 동호해변 인증소

고개를 넘어 내려가는 곳에 있어서 자칫하면 지나칠 수가 있어 주의를 요한다.

  

15:12 38선 휴게소

일제가 물러가고, 맥아더가 일본을 대신하여 우리나라를 통치(?)할 때 지금의 러시아인 소련이 승전국의 자격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지배권을 요구하였다.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은 일본의 신민국을 절반씩 나누어 가지기로(?) 협의하여 지도를 보고 대충 그었다고 알려진 선이 북위 38도선이다. 그렇게 신탁통치가 이루어졌고,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 대결장이 이 한반도가 되어 버렸던 비극의 지점이다.

   

15:45 식사. 멸치국수가 맛있다.

  

16:42 지경공원 인증소

강원도 지역의 해안길은 간첩의 침투를 막기 위한 철책이 세워져있고,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철책을 따라 순찰을 하는 군인들의 모습에서 스무살 시절을 더올려보기도 한다. 이 곳을 지나면 행정구역 상으로는 강릉이다. 동계올림픽 기간이라서 혹시라도 숙소를 구하기 어려울까 싶어서 여기 근처에서 숙소를 잡고 하루 일정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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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읍내 새벽길. 아무도 오가는 사람이 없어 고요하다.

    

국토종주길 안내판을 찾았다. 반갑다.

   

거진항. 아직 동 트기 전이지만 어부들이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

    

통일전망대 출입 신고소. 이른 시간이라 사무를 보는 사람이 없다.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고 싶으면 10일 전에 예약, 신청을 해야 한단다.   

  

강원도는 고성에서 삼척까지 이어지는 해안을 따라 낭만가도라고 이름을 붙여 걷기 길을 만들었다. 많은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둘레길(?)을 강원도는 해안에다 만들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낭만가도"가 좀 불편하다.

낭만가도라고 이름을 붙인 사람들은 아름다운 동해 바닷가를 걷는 것 자체가 매우 낭만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낭만은, 영어로 Romantic이라고 하고, 일제시대 때 일본사람들이 Romantic, 즉 제국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침략을 정당화 하고, 여성을 나약한 존재로 묘사한 유럽의 연애소설을 Romantic 문학으로 분류를 하고, 음을 빌려와서 낭만으로 번역했다고 한다. 그리고, 유럽에는 아직도 곳곳에 Romantic Road가 있는데, 길이 보여주는 풍경이 아름다워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고 한다. 그 길은 "로마로 가는 길"이라는 뜻이란다. 과거 로마제국이 유럽 제국을 정복하면서 로마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많은 돈을 들여서 건설하였는데, 그 길이 로마로 가는 길, 즉 Romantic Road 인 것이다. 유럽사람들이 와서 이 안내판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로마가 여기도 지배했던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리고, Road는 과거 마차가 다니던 길이다. 사전에도 "차가 다닐 수 있도록 건설한 길"라고 번역하고 있다. 강원도가 조성한 로맨틱 로드의 모든 코스를 차를 타고 다닐 수 있는가? 걷는 길이라면 다른 이름을 붙이는게 좋지 않겠는가 생각했다.

    

어쨌든 내가 따라 내려가야 할 길이다. 결코 로맨틱 하지도, 낭만스럽지도 않은 이름이다.    

   

거진읍으로 되돌아 오는 길에 만난 일출. 철책 사이로 찍었다.

   

거진 터미널. 시골의 많은 곳이 그러하듯 동네 점빵(요새는 슈퍼라고 부르지만)에서 버스표를 팔면서 앞 마당을 정류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북천철교 인증소

   

동해바다

    

봉포해변 인증소

   

연금인증소. 뒷쪽 언덕위에 정자가 있다.

         

멀리 울산바위가 보인다. 설악산이다.

    

낙산사 일주문. 이 문을 지나 몇 백 미터를 지나면 낙산대불이 있을 것이다.

   

동호해변 인증소. 고개를 넘어서자 마자 있어서 자칫 놓치고 지나가면 다시 올라 와야 한다.

       

북위 38선. 비극의 분단선이다.

    

38선 휴게소

     

지경공원 인증소. 여기를 지나면, 주문진, 강릉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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