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_청량산_2022.02.26
항상 계획은 깊고 원대하게 수립하지만, 현실은 질척거리고 쪼잔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그랬다. 청량산 도립공원의 등산 안내도는 5가지 코스를 제시한다. 축융봉과 오마도 터널을 지나 장인봉을 거쳐 원점으로 회귀하는 12.7km의 9시간 코스부터 가장 짧은 2.3km 1시간코스까지 시간과 거리 및 코스가 다양하다. 원래 계획은 3코스와 4코스를 합하여 대략 10km 5시간 반 정도 다녀올 계획을 세웠다. 입석에서 출발하여 청량사- 하늘다리-장인봉- 안내소(3코스, 5.1km, 3H) – 축융봉 – 밀성대 – 산성 – 산성입구(4코스, 5.1km, 2.5H) 그러나 혼자 하는 산행이다 보니 그때그때 생각이 바뀌고, 상황이 바뀌어 결국 제일 짧은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제법 긴 거리를 걸었다고 생각했으니 마지막에 확인한 거리는 대략 4.8km, 2.5H도 채 되지 않는다. 혼자 꼼수 쓴 거 같아서 스스로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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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일자 : 2022.02.26(토), 날씨 화창, 미세먼지 조금
산행코스 : 종합관광안내소 - 청량폭포 – 장인봉 – 선학봉 – 하늘다리 – 자란봉 – 뒷실고개 – 청량사 – 선학정 – 원점
산행거리 : 4.83km (트랭글 기준)
산행시간 : 2시간 28분, 평속 1.9km/h 누적 고도 725m
07:20
또 늦잠을 잤다. 요즘 이런 일이 잦다. 체력이 좀 떨어졌나 보다.원래 계획은 5시 반쯤 숙소에서 출발하여 가면서 아침 먹고, 8시에 산행을 시작, 3코스와 4코스를 6시간 정도에 완주하면 14시,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17시 전후 뭐 이런 스케줄이었다. 산행 들머리에 들었어야 하는 시간에 일어나다니…. 또 잠시 고민을 한다. 갈까 말까. 이럴 때는 좋은 말이 있다. “시도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시도해보고 나서 후회하는 게 낫다.”
08:10
내비게이션은 남안동 IC를 빠져나가서도 50여 km를 더 가야 한다고 나온다. 조금 지루하면 과속하기 쉬운데, 주의하며 간다. 과속하면 조금 빨리 갈 수는 있지만, 피로도가 더 심한 거를 알기 때문에 가급적 과속하지 않으려 한다. 노래를 들을 겸 라디오를 듣는다. 우리나라는 그리 넓지도 않은데, 도시마다 채널이 다 다른 거 같다. 도시를 지날 때마다 다시 채널을 찾아야 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새로 나오는 차에는 방속국을 입력하면 도시를 지나서 주파수가 바뀌더라도 스스로 알아서 채널을 찾아주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거는 이미 핸드폰 앱으로 개발이 되어 있다.
10:25
공원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만나는 계곡은 지층이 뚜렷하게 나타난 단층으로 이루어져 있다.지구과학을 배우는 시절에 여기에 오게 된다면 좀 더 재미있게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한다. 입구를 지나 종합 관광 안내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발열 도시락을 준비한다. 도시락이 끓는 동안 채비를 하고 나선다. 이미 시간이 제법 흘렀으므로 장인봉 갔다가 청량사로 내려오는 코스로, 짧게 가자
11:04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신기한 바위가 나타난다. 마치 콘크리이트 반죽처럼 바위 안에 크고 작은 돌들이 박혀있다. 마이산에서 이런 지형을 본 적이 있다. 하천의 자갈밭에 갑자기 큰 흙더미가 쏟아지고,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바위로 굳었다가 또 오랜 세월이 지나서 그 바위가 산 꼭대기로 솟았다가 풍화에 의하여 노출된 듯. 그런데 그 옆의 바위는 왜 그러지 아니한지. 갖가지 상상을 하며 오른다.
11:53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또는 아무 생각 없이 거친 경사를 오르는데 어디선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로부터 대략 30미터 뒤에 오르는 사람이 핸드폰 스피커폰 기능을 틀어놓고 통화를 하고 있다. 오르는 내내 신경이 쓰였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 중에는 라디오나 음악을 크게 틀고 가는 사람은 몇몇 보았으나 통화 내용이 다 들리도록 스피커폰으로 대화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짧게 간단하게 통화하고 끊을 줄 알았는데, 정상까지 이어진 녹색 철계단 아래에 와서야 통화를 마친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은근히 스트레스가 된다.
12:05
장인봉에 오르는 마지막 길은 아주 가파른 철계단이다. 언제부터인가 고소공포증이 있었는지, 난간을 한 손으로 잡고서 발만 보며 오른다. 이윽고 능선에 올라서 50미터쯤 가니 장인봉 정상석이 있다. 커다란 정상석을 볼 때마다, 누가 왜 어떤 수단을 사용하여 언제 설치했는지 사뭇 궁금하다. 물론 정산석 뒤에 그런 내용이 적혀있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과연 자연보호의 관점에서 볼 때 온당한지 항상 의문스럽다. 자자체에서 시민이 낸 세금으로 헬기를 띄워서 작업을 했을 거라 생각하면 돈이 아깝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장인봉은 꽤 넓은 공터로 되어 있어서 아마 헬기장이 있던 자리가 아닐까 상상을 해본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신 아주머니 두 분은 정상석 뒤에 가서 짐을 푼다. 덕분에 이런 저런 각도를 잡아 보아도 아주머니 두 분이 앵글에 자꾸 들어온다. 그 분들과 일행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마침 나의 사정을 눈치채고 아주머니더러 비키라 하고 사진까지 찍어 주신다.
12:20
왔던 길을 되돌아 계단을 내려가서 진행방향으로 곧장 가면 또 가파른 계단을 만난다. 계단을 올라 짧은 흙길 구간을 지나니 하늘다리가 딱 나타난다. 보도에 따르면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구름다리, 하늘다리 등을 설치하는 게 유행인 듯하다. 대개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하여 랜드마크를 꿈꾸며 산, 계곡, 섬, 강 위에 설치를 하는데, 그 다리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되는데, 전형적인 예산 낭비가 된다.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 이곳은 이 다리로 인해서 도립공원이 좀 더 유명해지는 계기가 되었고, 이 청량산 하늘다리를 기점으로 산 꼭대기에 다리를 놓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고도 한다. 이 다리가 없었다면, 바위 절벽 저 아래로 돌아서 산길이 있었을 것 같다.
12:49
다리를 건너 가파른 계단길을 내려선 안부는 오른쪽으로는 청량사로 가는 내리막 나무 계단이, 진행방향 쪽으로는 자소봉으로 가는 가파른 철계단이 있다. 잠시 머뭇거리다 청량사로 향한다. 목책과 나무계단이 번갈아 가는 내리막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청량사에 다다른다. 절벽 끝에 탑이 하나 서 있고, 비탈마다 법당이 아기자기하지만 위태롭게 서 있다. 내리막은 여전히 급경사다. 절을 벗어나니 보통의 포장된 길이 산문까지 이어진다.
13:06
일주문을 지나면 바로 도로가 나온다. 선학정인듯. 차도를 따라 1km도 안 되는 걸음을 옮기니 출발지에 다다른다. 산행을 종료하고 귀가 채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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